몇 해 전만 해도 서울 세종대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은 사람들로 겹겹이 포위되곤 했다.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인터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이런 광경은 2008년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허용하면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이 프로그램 시행으로 비자 수수료 등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한국인이라면 웬만한 나라는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영국의 헨리앤드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아톤캐피털은 매년 세계 각국의 여권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올해 대한민국 여권 파워는 헨리 여권지수 2위, 아톤캐피털 여권지수 3위에 랭크했다.

헨리 여권지수의 경우 우리나라(무비자로 189개국 여행 가능)보다 여권 파워가 센 곳은 190개국의 일본뿐이다. 북한은 무비자 방문 국가가 39개국으로, 101등급으로 분류됐다. 북한보다 등급이 낮은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아톤캐피털 여권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비자 없이 166개국을 여행할 수 있어 아랍에미리트(169개국) 독일(167개국)에 이어 싱가포르 핀란드 스위스 등과 함께 공동 3위다.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가 149개국(지난 5월 현재)으로 집계돼 있다. 관용여권과 외교관여권이 그렇고, 일반인이 갖고 있는 일반여권으로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나라는 127개국이다. 관용·외교관여권에 비해 22개국이 적다. 중국의 경우 관용·외교관여권은 비자 없이 3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나 일반여권은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인이 즐겨 찾는 몽골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최장 90일간,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터키 등은 30일간 무비자 여행이 가능한데 우리나라가 무비자 혜택을 못 받는 건 의외다. 상호주의 원칙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는 일본 대만 브루나이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8개국이다. 한·몽골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비자 없이 몽골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여권지수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극진한 대접을 받는 나라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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