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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미술관으로 배달된 피자, 총알 배송 꼬집다

‘딜리버리’개인전 연 구동희 작가

구동희 작가가 지난 18일 개인전 ‘딜리버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에서 피자 조각이 계단처럼 설치된 구조물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작가는 “호기심 많은 관람객이 혹시 종이컵 뚜껑을 열어볼 경우를 대비해 사탕을 넣어뒀다”며 웃었다. 윤성호 기자

유선형 가설물이 휘어졌다 올라가고 어느 결에 다시 내려가기도 하는 등 전시장을 종횡무진하며 설치돼 있다. 기름 자글자글한 베이컨 조각이 인쇄된 천을 둘둘 만 기둥이 ‘피자 탑’처럼 우뚝 서 있다. 궁금한 마음에 그 방향으로 돌아 들어가면 피자 조각이 층층이 쌓인 계단 모양이 쑥 나타난다.

구동희(45)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딜리버리’. 제목이 시사하듯 전시는 대한민국 어디서든 마주치게 되는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의 속도감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지난 18일 작가를 만나 작품 얘기를 들어봤다.

이번 작업은 배달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소비하는 한국 사회의 일상 풍경을 시각화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모바일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총알 배송을 내건 속도 경쟁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 작가도 그런 일상 속에 살았다.

“작업하다 보면 밥할 시간이 없다. 배달 앱이 보편화된 5년 전부터 저 역시 음식을 배달해서 해결하는 ‘배달의 민족’이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니 “배송이 이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로,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사회 현상을 전시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배달 서비스의 상징으로 ‘피자’를 고른 건 아트선재센터의 전시공간이 부채꼴이라 단박에 피자를 떠올린 때문이라며 웃었다. 반대편에 설치된 계단을 올라가면 전시 전단지 묶음이 놓여 있고, ‘딩동, 부재 시 문 앞에 놓아주세요’라는 전자음이 나오는 등 피자를 배달시켜 먹을 때의 즐거움이 속도감과 함께 전해져온다. 전시는 동선을 꽈배기처럼 꼬아 관객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간을 들여 속도감을 감각할 수 있도록 했다.

구 작가는 홍익대 미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럼에도 조각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인체조각은 하지 않는다.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체성은 제 관심 대상이에요.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 관객이 보는 방식, 즉 작품을 조망해서 볼 것인가, 허리를 숙여서 볼 것인가, 올려다보며 볼 것인가 등에 신경을 써요.”

그래선지 전시장 구석구석 디테일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8282(빨리빨리)’를 쓴 설치물을 만날 수 있다. 3차원 조각으로 변형해 과장한 살라미 소시지도 있다. 컵 안에는 숨겨놓은 사탕이 있고, 올려다 본 거울 안에 시침처럼 돌아가는 빨대가 있다. 속도의 시대를 롤러코스터처럼 휙 느끼는 게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문제는 배달 서비스 문화의 그늘이다. 배달 알바생들은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채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작가는 그런 문제에 비판적 시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모든 작가가 (사회 고발성 작품을 하는) 바바라 크루거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술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또 다른 전체주의가 될 수 있다”면서 “사회비판적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는 것은 제 창작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객이 일부러 옮겨 다니며 관람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편익을 위해 갈수록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 수동적 소비시대의 인간상을 비꼬는 등 사회 비판적 지점이 있다. 2014년 국내 최고상인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지 4년 만에 여는 대규모 설치작품전이다. 9월 1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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