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게 졌지만… ‘이덕희 희망가’는 계속된다

청각장애 선수 첫 ATP 투어 본선 승리 기록… 앤디 머리 “그의 노력이 좋은 경기력 만들어”

이덕희가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 단식 본선 2회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41위·폴란드)에게 포핸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사상 처음으로 청각장애 선수의 본선 단식 승리를 일군 이덕희(212위·서울시청)가 신장 196㎝의 장신 후베르트 후르카츠(41위·폴란드)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아쉽게 졌다. 두 번의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의 도전을 향한 응원은 계속됐다.

이덕희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 본선 단식 2회전에서 후르카츠에게 1대 2(6-4 0-6 3-6)로 역전패했다. 후르카츠는 신장 175㎝인 이덕희보다 21㎝나 큰 장신이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서브로 상대를 압도한다.

신장 차이에 청각장애까지 안고 싸운 이덕희에게 후르카츠는 다소 버거운 상대였다. 이덕희는 1세트를 먼저 따내고 기세를 올렸지만, 곧 반격을 당했다. 후르카츠는 3세트를 4-0으로 앞설 때까지 게임스코어 10점을 얻는 동안 이덕희에게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이덕희는 3세트 막판에 게임스코어 3-5까지 추격했지만, 결국 1대 13으로 밀린 서브에이스와 14개나 범한 더블폴트를 극복하지 못했다. 2시간3분의 승부는 결국 후르카츠의 16강 진출로 끝났다.

이덕희는 전날 세계 태니스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본선 단식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대 0(7-6<7-4> 6-1)으로 꺾었다. 1972년 출범한 ATP 투어에서 청각장애 선수의 본선 단식 승리는 처음이었다.

공이 코트에 튀고 라켓에 맞는 소리까지 놓치지 않아야 하는 테니스에서 이덕희는 귀에 대고 하는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선천성 청각장애 3급을 안고 싸우고 있다. 그 집념은 테니스계를 넘어 체육계의 찬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영국의 올림픽 테니스 금메달리스트 앤디 머리는 ATP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헤드폰을 쓰고 경기한다면 공의 속도나 회전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덕희의 노력이 있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희의 도전은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2년 전 이덕희에게 체육연금을 수령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 국제대회 출전을 권유했지만, 이덕희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겠다’며 고사했다”며 “장애인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큼 근성과 정신력이 대단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덕희는 이제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국가대항 경기인 데이비스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