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재·부품 강국’ 이스라엘과 아시아 첫 FTA

자동차·섬유·화장품 등 수출 늘고 하이테크 장비 반도체 소재 수입


한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강소국’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하이테크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국이다. 소재·부품 산업에서도 기술력과 사업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이스라엘 FTA에선 ‘팔레스타인산(産) 제품’을 적용 대상에서 빼기로 합의해 중동 국가와의 관계 악화 우려도 해소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예루살렘에서 엘리 코헨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FTA 타결을 공동 선언했다. 이번 FTA는 문재인정부 들어 네 번째로 타결된 협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중미 FTA, 한·미 FTA 개정 협상, 올해 6월 한·영 FTA 타결을 이뤄냈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이 이스라엘과 FTA를 맺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로서 경쟁국보다 이스라엘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여 실장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이스라엘에 완성차 등을 수출하고, 하이테크 산업이 강한 이스라엘로부터 하이테크 장비나 반도체 소재 등을 수입하면 상호보완적 교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이스라엘 제품 99.9%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이스라엘은 한국 제품 전체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섬유, 화장품 등은 발표 즉시 무관세로 이스라엘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선 한·미 FTA 같이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채택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모두 개방하는 것이다. 기업 편의를 위해 품목별 원산지 기준도 도입한다. 개성공단 등 역외가공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이번 협상 내내 최대 골칫거리였던 팔레스타인 지역 생산품 문제는 한국 측에 유리하게 결론이 났다. 협정문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지역에 대해서는 특혜관세 등 FTA 적용을 배제한다는 영역조항이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이스라엘산으로 간주해 FTA 효과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한국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다른 중동 국가와 관계 악화를 우려해 난색을 표시했었다. 교착에 빠진 협상은 지난달 루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한으로 물꼬를 텄다. 리블린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속히 FTA를 타결하자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로서는 한국과 FTA를 일단 맺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적 의미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영역조항에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이스라엘 FTA는 협정문 정식 서명,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발효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FTA 타결 선언 행사를 계기로 한국 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단 간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다변화 지원, 기술 매칭 및 공동연구, 시제품 제작 및 상용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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