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아무나 할 수 있다.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했다. 그럼에도 촛불집회는 진보의 전유물처럼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보수세력이 촛불을 들면 어딘지 모르게 안 어울린다. 그래서 태극기집회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봐도 촛불집회는 주로 진보 성향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과 새문안교회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92년에는 PC통신 유저들이 유료화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규모 집회에 그쳤던 촛불집회가 처음 전국 규모로 확산된 것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다.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열린 촛불집회도 규모가 컸다. 그 뒤에도 반값 등록금 문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세월호 참사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촛불집회가 있었다. 마침내 2016년 박 대통령 탄핵을 견인한 촛불집회는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게 됐다.

규탄 대상은 보수 정권 또는 이와 관련된 사건이나 정책이 대부분이었고 최근에는 일본 아베 총리가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종전과 달리 진보 인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게 됐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 등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태극기부대나 야당은 출입금지다. 태극기 소지자나 정당 관련 의상 착용자의 입장은 막겠다고 한다. 학생들의 분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것만 봐도 촛불집회는 보수세력이 낄 자리가 못 된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장관 후보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가장 중시하는 공정성이, 가장 예민한 교육 분야에서 크게 훼손됐다. 그것도 문 대통령이 절대 신임한다는 권력실세에 의해서. 따라서 조국=문재인으로 치환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등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조 후보자 사퇴가 늦어질수록 학생들의 분노는 국민들의 분노로, 조 후보자에 대한 분노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분노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촛불집회 규탄 대상이 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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