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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알코올 중독자에게 어릴 적 꿈을 물었더니…

한국심리학회장 조현섭 총신대 교수


30대에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해 이혼을 앞둔 한 청년이 상담사를 찾아왔다. 이혼하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를 찾은 것이다.

상담사가 그에게 물었다. “어렸을 적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술만 마시면 가족에게 난동을 피우며 주사를 부리는 그에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술에 의존하는 삶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함께 인간적인 삶을 회복해야겠다는 각성이 찾아왔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격증을 8개나 땄다. 취업에 성공했고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었던 부친과의 불화도 해소했다. 자연스레 가정도 되살아났다.

그에게 어릴 적 꿈을 물었던 상담사가 조현섭(사진)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국심리학회장도 맡고 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세종대에서 열리는 제73차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를 앞두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21일 서울 총신대 사당캠퍼스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조 교수는 “중독 치료에 있어선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서 “중독자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삶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90년 대전의 한 병원에서 상담사로 일하기 시작한 후 29년간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스마트폰 등 중독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한국심리학회장을 맡은 뒤로는 ‘심리서비스법’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그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국가가 공인한 심리전문가 자격증이 없다. 대신 ‘심리’ 관련 자격증을 표방한 민간등록자격이 3100여개다. 민간자격증이다 보니 국가시스템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비전문가의 무분별한 유입도 문제다. 그는 “전문 심리상담사를 법제화시켜 각 기관과 회사마다 배치한 뒤 상황별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면 현대인의 심리 안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중독자라고 해서 모두 병원에 입원시켜 약물로만 치료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도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며 단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현재 이와 같은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조 교수는 “교회도 무작정 기도만 시키면 자칫 미신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면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심리교육을 진행하고 교회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임보혁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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