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변에서 드러난 여러 사실 가운데 가장 큰 공분으로 연결된 것은 딸의 ‘제1저자 논문’이다. 딸 조씨가 2010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논문 작성 사실을 언급한 일은 입시 비리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험 부정행위처럼 업무방해에 해당하니 장관으로서 자질 판단을 넘어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의료계의 검찰 고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전제로 조씨의 행위가 실제 관련자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공소시효가 7년인데, 설령 2010년의 행위가 문제더라도 시효가 완성된 상태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조씨는 논문의 ‘제1저자’이며, 조씨가 고려대에 “인턴십 성과로 이름이 논문에 올랐다”고 한 내용 전체를 거짓이라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이 적극적으로 인턴십에 참여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22일 “조씨가 완성된 논문에 이름만 올렸다 하더라도 법적·형사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조씨의 행위가 만일 대학 입학업무 담당자들을 속여 자신을 선발케 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업무방해죄 처벌이 불가능한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굳이 따지면 위계(僞計·거짓 계책)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것인데, 공소시효가 7년이라 검찰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처벌이 어렵다는 건 조 후보자가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씨가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일 자체가 허위나 위조인 것도 아니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신정아 사건’처럼 위조된 이력서를 제출해 선발된 것이라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지만, 조씨가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건 그와 구별된다”며 “업무방해죄가 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한영외고에 다니던 조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린 건 단국대 의대 A교수의 결정이다. A교수는 “조씨가 많이 기여했다”고 등재 이유를 밝혔었다.

이 변호사는 “냉정하게는 조씨가 고려대에 밝힌 내용 전체를 거짓이라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씨는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논문에 이름이 등재됐다”고만 했고, ‘제1저자’인 사실을 말하거나 논문 원문을 제출하진 않았다. 이 변호사는 “부모의 영향력이나 다른 요인으로 논문에 이름이 올랐는데 이를 ‘인턴십 성과’로 포장했다면 업무방해죄 성립 여지가 있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잇따르는 고발에도 불구하고 조씨가 아닌 조 후보자까지 처벌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한 변호사는 “‘인턴십 성과’ 주장 자체가 허위임이 입증된 다음에 조 후보자가 조씨의 논문 등재에 관여했고 자기소개서에의 언급까지 동의한 사실 등이 더 입증돼야 한다”고 했다. 공소시효 문제가 없었다면 A교수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변호사는 “A교수는 ‘조씨를 외국 대학에 보내려 했다’고 자인했다”며 “논문을 통해 어느 대학이든 갈 수 있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측은 조씨의 제1저자 논문 사실이 폭로된 직후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이라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형법학자다운 해명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후보자는 22일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당시 제도가 그랬다. 법제도가 그랬다’(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했다. 조 후보자의 손에 들린 1장짜리 발표문은 중간중간 펜으로 수정돼 있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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