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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심각한 신뢰훼손”… 청와대, 고심 끝에 확전 모드

한·일관계 다시 격랑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립대 총장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시행되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을 거론하며 “시간강사 신분을 보장하고 추후 개선하자는 취지인데, 지금 역설적으로 강사 일자리를 줄이는 식의 결과가 빚어지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 시간강사 고용 유지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면서 양국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조성됐던 양국 간 대화 분위기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을 포기하면서 일본은 오는 28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를 본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징용배상 판결 문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외교가는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면서 한·일 갈등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하는 등 대화 채널을 이어왔지만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 측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강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때문에 이런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도 곧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한·일 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 논의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 경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소미아는 한국이 일본과 맺은 유일한 군사 부문 협정이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수단으로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해 왔다. 지소미아가 단순 군사정보 협력을 뛰어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한·미·일 공조의 상징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안보적 후폭풍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지소미아 파기 여부와 상관없이 한·미·일 간 기밀정보 교환은 여전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3국은 별도 기밀정보 공유 협약인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보동맹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공조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대화 국면이 유지될 경우 오는 10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정부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일왕 즉위식이 한·일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소미아 파기로 이런 대화 국면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협정 종료 소식을 전했다. 일본 NHK방송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키로 한 결정 등으로 한국에서는 이에 맞서 파기를 요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며 “한국 측에 의한 협정 파기로 한·일 갈등은 안보 분야까지 파급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은 연장을 결정했지만 한국이 파기를 결정함에 따라 협정 종료 여부가 확실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도 협정이 종료될 경우 한·일 관계 추가 악화에 가세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을 둘러싼 한·미·일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연장을 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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