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미국 중재 거부 양국 신뢰 무너졌다’ 판단 초강수

유지 예견됐는데… 왜 유턴했나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을 두고 외교가는 “파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한·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면밀히 심도 있게 검토했다”, “한·일, 한·미, 한·미·일 협력 관계를 고려했다”, “끝까지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는 표현을 쓰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책임이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가 대일(對日) 특사 파견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일본이 이를 거부했고, 양국 간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일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지난 7월 두 번이나 특사를 파견했지만 호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의 중재 제안을 받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화 제의에도 반응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지소미아 유지를 유력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한·일 안보협력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투트랙 기조가 강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교류하는 정보의 수준을 낮추는 등 ‘조건부 연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고 역사 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대응하면서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국방부는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자는 입장이 강했지만, 외교부와 통일부가 정보 수준이 낮으면 일본이 트집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해 폐기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우리를 제외한 상황에서 안보협력 관계를 전제로 민감한 군사안보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도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결정에는 지소미아 유지에 따른 실익이 적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한다. 2016년 11월 체결 이후 한·일 간 정보교류 횟수는 총 29회였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 주로 일본 측이 정보교류를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 여론도 세밀하게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적으로 국민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명분과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도 지켜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청와대의 결정에는 지소미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일본은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특히 독도에 대해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마당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우리가 주는 정보는 무엇이며 받는 정보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박세환 신재희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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