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대항 조치 불보듯… 대한해협 다시 격랑

한·일, 경제→ 안보 확전 양상

일본의 NHK방송이 2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료화면을 띄워놓은 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방침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관계는 또다시 격랑에 빠지게 됐다. 일본 정부가 오는 28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 시행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대항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두 차례 열리는 등 복원되는 듯했던 외교적 채널도 다시 닫힐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양국 간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으니 우리도 같은 논리로 일본이 연장을 원하는 지소미아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양국 모두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당분간 외교적 대화를 통한 갈등 해법 마련은 요원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지배적 평가다.

정부는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해 왔다.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당분간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이미 감정이 많이 상한 일본은 이제 본격적인 대항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대화, 협력을 언급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당장 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예외 없이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대폭 늘리거나 한국에 대한 통관 절차를 이전보다 훨씬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난달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일본이 두 차례 승인했던 일부 품목의 수출이 다시 막힐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이 자국을 방문하려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한·일 간 송금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출 제한에 이어 비자 발급과 송금을 까다롭게 해 한국 기업과 교민, 유학생 등이 곤란을 겪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을 촉발한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졌다. 정부는 기존의 ‘1+1’안(한·일 기업 공동기금 조성) 외에도 해법 마련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일본에 계속 보냈으나 일본이 반응하지 않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한 토론회에서 “양국 간 외교적 대화로 여러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원론적 입장만 전달했다.

다만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적 협의는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귀국한 강경화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 당국 간에는 여러 계기에 얘기를 계속한다는 상호 간 합의가 있었다”며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이상헌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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