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 경찰 제296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총리 관저를 나서다가 전날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라고 답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AFP연합뉴스

청와대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앞선 일본과의 대화 노력을 강조하며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으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의 특사 파견에 이어 지난 15일 광복절에도 일본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했지만 일본은 반응이 없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일본에 미리 알렸지만 고맙다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해법을 끝까지 시도했지만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던졌다는 취지다.

김 차장은 또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관한 미국 측 불만 표출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왔고, 이런 희망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사실 당연한 것”이라며 “향후 국익 등을 고려해 미국 측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적극 해명하면서도 대일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에도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이번 기회를 한·미 관계 강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차장은 “한·미 국가안보실(NSC) 간 지소미아 문제로 7∼8월에만 총 9번 유선 협의가 이뤄졌다”며 “미 백악관 NSC와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지난달 24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서울 방문 시에도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우리가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희망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한국 측 카운터파트(강경화 외교부 장관)와 오늘 아침에 통화했다”며 “한국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양국이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향후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책·민간 연구기관장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의 반응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일본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수출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의 상존이 더 큰 문제”라며 “더 긴장감 있게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등 신뢰관계를 해치는 대응을 계속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이날 외교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외교 공문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박세환 최승욱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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