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3000억 달러 중국산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에 맞서 중국이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자 미국은 지체없이 관세폭탄으로 반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친구라고 부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강경한 입장이 다소 완화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시 주석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을 ‘적(enemy)’이라고 규정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경기침체 우려를 막기 위해 조속한 미·중 무역협상 타결과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이 시급한데, 시 주석과 파월 의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중국의 보복조치에서 비롯됐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9월 1일과 12월 15일부터 각각 5%와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런 조치가 발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의 트윗을 쏟아내며 모두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 포인트씩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추가관세 방침이 나온 지 12시간 만에 시 주석을 적으로 규정하고 보복 관세 방침까지 밝히는 등 특유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조치로 중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중국은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 논평에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의지는 꺾을 수 없다”며 “미국이 야만적인 수단으로 이익을 취하는 위험한 길로 멀리 갈수록 중국의 반격은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또 미국 원유가 처음으로 추가관세 대상에 포함됐다고 거론하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로 미국 제조업은 고통을 겪고, 미국산 대두는 가격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25일에도 종성 칼럼에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이성적으로 맞서지만, 미국은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며 교활하고 졸렬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어떠한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해 재고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물론 그렇다. 왜 안 그렇겠나”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확인을 위해 재차 이에 대해 묻자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그러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그만하라고 압박했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관련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