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선군절을 앞둔 지난 24일 아침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쏘았다. 일본 방위성은 오전 7시36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한국 합참보다 26분이나 빠르게, 그것도 탄도미사일로 단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일본이 미국과 협력하고 있고,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25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한 것이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이 초대형 방사포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잘못 판단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이 한국과의 군사정보 공유 없이도 안보태세에 빈틈이 없음을 보여주려 했지만, 오히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없는 일본 안보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 22일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만료시한을 이틀 앞두고 종료를 결정했다. 그동안 지소미아의 처리방안과 관련해 ‘폐기Ⅰ/완전중단’ ‘폐기Ⅱ/TISA활용’ ‘연장Ⅰ/일시중단’ ‘연장Ⅱ/조건없음’ 등 네 가지 옵션 중에서 ‘연장Ⅰ/일시중단’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정부는 지소미아를 폐기하되 TISA를 통해 군사정보를 간접 공유하는 ‘폐기Ⅱ/TISA활용’ 방안을 확정했다.

일본이 안보상 신뢰 훼손을 이유로 들면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정부는 7월 두 차례, 8월 광복절 등 세 차례 고위급 특사 파견, 광복절 경축사 대일 메시지의 사전 전달, 한·일 외무장관회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경색된 관계를 풀려고 노력했으나 일본은 대화를 거부하면서 외교적 결례를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소미아가 연장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했다. 그렇다면 지소미아 폐기는 우리의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즉시 파악하기 위해서는 첨단정찰력을 갖춘 일본의 군사정보가 필요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북한 군사정보는 대부분 한국 측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유된 정보 대부분이 일본 측 요청으로 이뤄졌고 올해 8차례의 군사정보 공유는 100% 일본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이 왜 지소미아의 유지에 매달렸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이 지소미아 유지를 원했던 또 다른 이유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베 신조 내각은 일본열도가 직접 공격당하는 ‘무력공격 사태’ 외에 한반도 전쟁을 염두에 둔 ‘중요 영향 사태’ ‘존립위기 사태’ 개념을 포함한 안보법제를 2015년 9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러한 법들이 원활히 작동되기 위해 북한 군사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 유지를 바랐던 것이다.

지소미아 폐기는 불가피하게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응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면서 전통적인 허브(Hub, 미)-스포크(Spokes, 한·일·호주) 관계 대신에 쿼드블록(Quad Bloc, 미·일·호주·인도)을 중심으로 만들어놓고 한국의 참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쿼드블록 대 중국’의 대립구도 속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함께 중간지대로 내몰리고,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구도로 재편될 위험이 있다.

바야흐로 현 국제정세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국익우선주의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 증액, 호르무즈해협 파병,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북한의 잔존하는 위협에 따른 안보 불확실성 때문에 굳건한 한·미동맹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조차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의 직접적인 군사협력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중국에 적대하는 지역동맹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국에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일이 수평적으로 관계 맺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이 국익에 부합된다. 이번 지소미아 폐기를 계기로 국익에 기초한 국가안보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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