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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염성덕] 4대강 보는 적폐가 아니다

보 해체 연기 시사가 정책 유턴으로 이어져야… 잘못된 공약은 폐기하는 게 상책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아 혈세 22조원을 낭비한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정부의 핵심 사업을 혹평하는 것은 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생각했다. 그런 판단이 빗나갔다. 문재인정부에서 환경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가운데 세종·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승촌보의 수문 상시 개방 방침을 발표했다. 평가위는 녹조 피해, 하천 생태계 파괴, 경제성 평가 등을 해체 이유로 들었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만든 멀쩡한 보를 철거하겠다는 정부 결정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여권 인사 위주로 평가위원을 선정한 평가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 수질 모니터링 기간이 짧아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경제성 평가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진다. 4대강 재자연화를 정책 방향으로 삼았지만 결국 전 정권의 사업을 적폐로 다루고 있다. 수문의 부분 개방 같은 다양한 대안을 도외시했다. 가뭄과 홍수 피해를 크게 줄이는 4대강 보의 긍정적 역할을 무시했다.’ 금강·영산강 수계의 주민과 농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필요없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충남 공주시의회와 전남 나주시의회는 각각 공주보와 죽산보 철거에 반대하는 결의문과 건의안을 채택했다. 공주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나주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보 해체에 반대했다. 세종시의회는 세종보 철거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니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권역에서는 처음으로 경북 칠곡에서 보 해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완강하던 정부 방침에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대강 보 해체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먼저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계획 수립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추진한 ‘보 해체·개방 방안’이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조 장관이 홀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청와대의 의중을 살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으로서는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여당 기초자치단체 의원들까지 재고를 주장하는 마당에 보 해체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역 민심이 돌아서면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결정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의 보 해체 연기 시사 발언이 이 정권의 정책 유턴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 공약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 지체 없이 폐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나라님 공약’이라고 밀어붙이면 국가와 정권의 앞날이 불행해진다. 쓸데없이 예산만 탕진하고, 이래저래 서민 부담만 가중시킨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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