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의 잠언은 일상적인 삶의 지혜와 교훈이 그득하다. 그래서 많은 글에 인용되기도 한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1장부터 31장까지 다 읽고 나면 느끼는 게 있다고들 한다. 잠언(箴言·Proverbs)이란 자체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꼰대 같은 말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잠언이 단순히 세상 지식이나 삶의 지혜·교훈을 기록한 것을 넘어 절대자를 경외하는 삶이 주는 지혜와 명철이라고 이해한다.

잠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송사에서 먼저 온 사람의 말이 바른 것 같으나 그의 상대자가 와서 밝히느리라.’ 말하자면 먼저 와서 재판관의 머릿속에 내용을 입력하면 그게 옳아 보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맥락을 보면 결국 의견이 다른 양쪽 얘기 다 듣고 판단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잠언의 많은 부분은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 명철과 우매함을 대비해서 썼다.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는 경구도 있다.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그와 가족에 대한 너무 많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근거 없거나 왜곡된 사실·추정을 기반으로 한 주장부터 위법성이 있어 수사 대상인 것들까지 다양하다. 이제 조국 사태는 세 갈래로 흘러간다. 언론·보수 야당의 의혹 제기, 국회 청문회 실시, 검찰 수사. 3주 가까이 이어져온 조국 사태를 더 이상 소모전으로 몰고 가 국력을 낭비할 순 없다. 이것 말고 국내외 위기는 심각하다.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가는 사항인지 판별해 의혹을 제기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민 대표가 공개 질의하고 조국은 해명할 게 있으면 해명하고, 검찰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위법 여부를 법과 규정대로 수사하면 된다.

사실 이 정도 의혹이라면, 특히 법무부 장관이라면, 그 자격은 없어진 거다.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거나 자진사퇴가 마땅하나 그렇게 지혜로운 일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면 의혹 제기든, 청문회든, 수사든 각자 맡은 이들이 맡은 일을 잘해 마땅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내고 결과대로 처리하면 된다. 잠언은 지혜로운 자와 우매한 자의 차이점 중 하나를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애용하는 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봅시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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