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신앙서적 ‘랩 영상’으로 홍보… 근엄 내려놓은 출판계

유튜브 열풍 속으로

IVP 출판사가 최근 제작한 ‘2019 IVP 상반기 출간 도서’ 영상. 마케터들이 랩으로 자사 서적을 홍보하고 있다. 아래는 IVP 마케터 이승용 간사가 영상과 별도로 랩을 녹음하는 모습. IVP 제공

“존 스토트의/ 기가 막히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름부터 스윗한 레너드 스윗/ ‘관계의 영성’ 냈으니/ 신앙을 고민하는 분들/ 놓치지 말고 살펴보세요들.”

음악이 깔리고 비트가 나오자 선글라스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두른 한 남성이 등장한다. 이내 현란하게 손을 흔들며 귀에 박히는 랩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독특한 점은 가사가 올해 상반기 출간된 기독 서적을 소개하는 내용이라는 것.

이색 영상의 제목은 ‘2019 IVP 상반기 출간 도서’다. 기독 출판사 IVP가 사옥이 있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를 배경으로 최근 제작했다. 영상에서 랩을 선보인 이들 모두 출판사 마케터다. 이들은 “삶이라는 여행길에 책은 친구. IVP 하나님 나라의 산책, 우리 삶을 기록하는 공책”이라며 출판사를 소개하는 가사로 랩을 마무리한다.

최근 기독 출판계에 ‘유튜브 돌풍’이 거세다. 주요 출판사의 경우 대체로 회사 명의의 유튜브 채널을 보유 중이다. 자사 신간 소개나 저자 인터뷰부터 기독교·인문 분야 양서 소개까지 다양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홍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 잡기

활자에 익숙한 기독 출판사들이 동영상 세상에 나온 건 영상 언어에 익숙한 독자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기독 출판사가 펴내는 신학이나 신앙 서적의 경우 내용이 간단치 않고 분량도 많은 책이 적지 않다. 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잠재적 독자층인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영상으로 책을 홍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상은 가급적 쉽고 흥미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번이 두 번째인 IVP의 랩 영상은 마케터가 주도해 만들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작사·작곡에는 현직 래퍼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랩 라임(각운)에 신경 써 짧은 시간에도 핵심을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도록 가사를 썼다. 곡 녹음도 영상 촬영과 별개로 녹음실에서 해 랩 특유의 박자를 살리는 데 힘썼다. 마케터 이승용 간사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책으로도 재미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랩으로 내용을 풀어보니 문자 위주의 카드뉴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어 긍정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SNS에도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책의 가치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으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상으로 구독자 수나 출판사 매출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을까. 이 간사는 “영상제작 효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의미 있는 영상을 쌓아가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의말씀사가 제작한 성경책 제작 공정 영상. 생명의말씀사 제공

책의 용도를 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하는 기독 출판사도 있다. 생명의말씀사는 ‘북 블레스 유’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어린이 신간 도서 및 다양한 종류의 성경 활용법을 동영상에 담아 올린다. ‘바이블 컬러링북’은 마케터가 직접 색칠하는 장면을 담고, ‘어린이 성경’이나 ‘군인 성경’은 어린이와 부모, 군인이 각각 영상에 등장해 사용법을 직접 설명하는 식이다. 성경책 인쇄 공정 및 가죽 표지에 글자나 문양을 새기는 과정 등 쉽게 보기 힘든 광경도 공개했다. 최지언 생명의말씀사 홍보팀장은 “교회학교 학생이나 집사 등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들이 나와 성경이나 책 홍보를 하는 영상이 반응이 좋다”며 “독자에게 책의 진정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의 영상을 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경찬 비아 출판사 편집장(맨 왼쪽)이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릴 ‘슬기로운 독서생활’을 녹음하고 있다. 생명의말씀사가 제작한 성경책 제작 공정 영상. 비아 제공

비아 출판사는 자사 책 홍보를 넘어 기독 양서와 인문 서적을 추천하는 영상을 매주 1회 제작하고 있다. 출판사가 유튜브에서 운영 중인 ‘비아 채널(Via Channel)’에는 ‘슬기로운 독서생활’이나 ‘알거나 모르거나’란 제목 등으로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을 돕는 내용이 올라온다. 팟캐스트용으로 제작돼 음성과 이미지로만 구성된 단순한 영상이지만 편집장 번역가 잡지사 기자가 책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 독자의 귀를 잡아끄는 게 특징이다.

기독 출판계 협력도 모색해야

공식 유튜브 계정은 있지만, 영상을 꾸준히 올리지 못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주된 원인은 영상을 만들어 올릴 만한 인력과 자금이 충분치 못해서다. 한 기독 출판사의 영업팀장은 “기독 출판사 대부분은 홍보팀이 별도로 없다. 영업 담당이 홍보 업무도 같이 하는 식”이라며 “나도 그렇지만 지금 업무만으로도 벅차 다들 따로 영상 만들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딛기 위해 기독 출판계가 힘을 합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민경찬 비아 편집장은 “우리가 팟캐스트와 영상으로 타사의 책을 소개하는 건 기독 출판계가 다 같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며 “국내외 주요 저자와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같이 제작한다면 출판사도 살고 기독 출판계 전반이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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