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배아 줄기세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바이오 기업은 차병원과 함께 배아 줄기세포로 실명을 초래하는 희귀 눈질환 치료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텍 제공

대체 치료제 없고 생명 위협하는 중대 질환
희귀·난치병 환자들 임상연구 목적으로 치료 허용 복지부 지정 의료기관서만 가능
일각 치료제 조건부 허가 대상을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확대 주장


지난달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법’(이하 첨생법)의 국회 통과로 ‘재생의료의 꽃’으로 불리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개발해 온 제약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들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첨생법은 이르면 내년 9월 시행된다.

재생의료는 인체 세포나 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치료·대체하거나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이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규제로 잔뜩 움츠렸던 줄기세포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바이오업계와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첨생법 시행 6개월 전인 내년 3월까지 구체적 시행안이 들어간 하위 법령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첨생법은 크게 두 가지를 담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도 사람 대상 연구 목적의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해진다. 줄기세포는 여러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손상된 신체 조직을 재생시키는 데 유용하다.

줄기세포는 뼛속 골수나 지방, 탯줄(제대혈) 등에서 뽑을 수 있고 배아(수정란)에서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줄기세포 치료 효과가 있으려면 충분한 개수를 넣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행 법은 의료기관에서 줄기세포를 대량 증식·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증식·배양 시 암 발생 등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말기 암 등 절박한 처지의 일부 난치병 환자들은 줄기세포 증식·배양이 허용된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 첨생법이 시행되면 이처럼 증식·배양한 줄기세포도 환자 치료에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임상연구 대상을 제한했다.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질환, 희귀·난치질환 등을 가진 환자들이다. 임상연구는 복지부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다. 또 20여명으로 구성되는 국가 임상연구심의위원회로부터 시급성,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가 병원 돈벌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환자에게 비용 청구는 못하도록 했다.

또 하나는 줄기세포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신약 출시 기간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약’으로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줄기세포 치료술과는 구분된다. 약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1상→임상2상→임상3상을 거치고 임상3상 결과 안전성, 유효성이 모두 확인돼야 신약으로 허가받아 팔 수 있다.


그런데 첨생법은 바이오의약품만의 별도 심사·허가 체계를 만들었다. 가장 주목되는 게 ‘조건부 허가제’다. 암 등 중대 질환과 희귀질환에 한해 시판 후 임상3상 수행 조건으로 임상2상 자료만으로 의약품을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약사법에도 조건부 허가제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임상3상 수준의 확증 자료가 요구되는 등 통과가 매우 까다로웠다. 식약처가 2016년 조건부 허가 대상을 세포치료제 등으로 확대했지만 지금까지 조건부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한 개도 없다. 첨생법 시행으로 조건부 허가제가 활성화되면 약 10년 걸리던 첨단 신약 개발 기간이 4년 정도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강스템바이오텍, 파미셀, 안트로젠 등 오래전부터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선도해 온 기업들의 기대가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은 모두 88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판매 허가를 받은 건 4건뿐이다.

메디포스트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탯줄혈액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2상(환자 40여명)을 진행 중이다. 또 같은 방식으로 개발한 희귀병 미숙아폐질환 치료제 ‘뉴모스템’의 임상2상도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지난 6월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활용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 AD주’의 임상3상을 끝내고 오는 12월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류머티즘성관절염, 건선, 크론병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 1~2상도 끝냈거나 진행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아울러 진행 중인 희귀·난치질환(퇴행성 뇌질환, 에이즈) 관련 연구에서 조건부 허가제 활용을 통해 조기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차바이오텍도 탯줄·태반혈액 줄기세포를 활용해 급성 뇌졸중(임상 1·2a상 종료), 알츠하이머병(1·2a상), 퇴행성디스크(1·2a상) 등의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배아 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인데, 실명을 초래하는 눈질환 ‘스타가르트병’ 환자 대상으로 임상1상을 완료했다. 이밖에 삼성서울병원 등 상당수 대학병원들도 내년 3월 이후 예상되는 복지부의 ‘임상연구 기관 지정’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 조건부 허가 적용 대상을 암과 희귀질환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토피피부염 등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료시민단체는 첨생법이 제2의 인보사 사태, 제2의 황우석 사태를 양산할 수 있다며 법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 적용 질환 확대 반대는 물론이고 허가 전 임상3상의 면제가 안전성 검증이 끝나지 않은 의약품을 환자에게 실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향후 마련할 첨생법 시행령에 이 같은 우려를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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