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으로 ‘지방’이 각광받고 있다. 골수나 탯줄혈액에서도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지만 지방 조직보다 줄기세포 수가 적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뽑기에는 지방 조직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지방은 아랫배나 허벅지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방 줄기세포는 뼈와 연골, 지방, 근육, 심근, 혈관, 신경 등 특정 조직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휴림바이오셀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휴리셀’ 장비를 이용해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추출하고 있다.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오랜 노하우를 가진 국내 바이오 기업 중 돋보이는 곳이 휴림바이오셀이다. 2005년 탯줄혈액과 지방 추출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보관을 위한 세포은행인 ‘헬프셀뱅크’를 설립한 뒤 10년 넘게 줄기세포를 활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히 난치성 피부질환인 ‘백반증’의 지방 줄기세포 치료제(휴리셀더마)는 동물 실험을 끝내고 동국대 일산병원과 함께 조만간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2011년에는 지방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자동 분리·추출하는 장비인 ‘휴리셀’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일반 원심분리기는 수동이거나 반자동이라 조작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얻어지는 세포 양이 다르고 오염의 우려도 있다. 휴림바이오셀 관계자는 2일 “모든 공정이 오염없이 75분 안에 끝나고 세포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줄기세포를 피부미용이나 탈모, 항노화, 만성피로, 퇴행성 증상 개선 시술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 법령상 의료기관에서 줄기세포를 대량 증식·배양하지 않고 최소 조작(단순 분리, 세척)해 환자에게 주사 시술하는 것은 문제 없다.

휴림바이오셀의 의료 책임자인 탑클리닉 정성일 원장(성형외과 전문의·전 이화의대 교수)은 “특히 SVF라는 지방 조직 내 줄기세포 함유층을 분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줄기세포를 비롯해 콜라겐 등 세포 증식을 돕는 다양한 성분이 풍부해 순수 지방 줄기세포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이 무릎관절염 환자의 허벅지 지방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무릎 부위에 주사하는 장면.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해 퇴행성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 치료를 선도하는 전문 의료기관도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은 개원가에선 드물게 자체 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해 10여년 전부터 연구에 매진해 왔다. 지금까지 20여편의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줄기세포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엔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손상된 연골 조직 재생과 통증 경감을 위한 자체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 복지부의 ‘제한적 의료기술’로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으론 유일하게 선정됐다.

제한적 의료기술은 안전성이 확보됐고 대체기술이 없는 질환이나 희귀질환의 치료·검사를 위해 신속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말한다.

환자 자신의 배, 엉덩이에서 채취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증식·배양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절염 부위에 직접 주사하거나 관절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연골에 바르는 방식으로 시술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첨생법 시행은 줄기세포 의료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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