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선거는 21대 국회의원선거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총 스무 번의 총선을 치렀다. 역대 총선은 선거마다 특징이 있다. 제헌국회 선거 이래 3대 총선까지는 지금과 달리 무소속이 강세였다. 제헌국회 선거 200명 중 86명, 2대 총선 79명, 3대 총선에선 202명 중 70명이 무소속이었다.

무소속 강세 현상은 1958년 4대 총선 때 사라진다. 4대 총선에서 여당인 자유당이 전체 의석 232석 가운데 125석, 민주당이 79석을 얻은 데 비해 무소속은 26명에 그쳤다(통일당 2석). 전체 의석의 88%가 자유·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이 선거를 계기로 양당제가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이 선거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자유당은 농촌에서, 민주당은 도시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당시 서울 16개 선거구 가운데 14곳, 부산 10개 선거구 중 7곳을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다. 정치학자 윤천주는 이러한 현상을 여촌야도(與村野都)로 불렀다. 여촌야도 현상은 박정희 정권 후반 지역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할 때까지 우리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선거 행태였다.

박정희 김대중이 맞붙은 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지역주의는 1노3김(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대결한 87년 13대 대선에서 절정에 달했다. 1노3김은 저마다 출신지에서 승리해 우리나라 정치지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전라, 충청으로 4등분 된다. 다음 해 치러진 13대 총선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3당 합당으로 지역주의는 김대중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고립시키는 ‘비호남 대 호남’ 구도로 고착화됐다.

선거가 지역주의 프레임에 갇히면 정책과 인물은 설자리를 잃는다. 영·호남에선 특정 정당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니 공천 과정에서 불법과 비리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풍토에서 정치가 건강할 리 없다. 후진적 한국 정치는 선거 때만 되면 망국병을 소환하는 정치권은 물론 지역주의에 매몰된 유권자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 최근 들어 지역주의는 눈에 띄게 완화됐다. 영남에서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이, 호남에서 한국당 계열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시대가 됐다. 지역주의가 망국병이라는 각계각층의 각성과 지역주의를 깨려는 끝없는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얼마 전 부산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광주일고 정권’이라고 했다. “서울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인데 그중 20명이 광주, 전남·북이더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고를 졸업했으니 ‘경남고 정권’이라면 모르겠으나 광주일고 정권이라니 뜬금없다. 구청장은 선출직인데 나 원내대표 말대로라면 호남 출신 구청장을 뽑은 서울시민이 문제다. 집회가 광주에서 열렸다면 나 원내대표는 십중팔구 ‘경남고 정권’이라고 몰아붙였을 게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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