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따라 작전하듯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임명 수순…
국민 여론을 돌파 대상으로 여기는 오만함이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기자간담회로 갈음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제1야당 책임이 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연시켰고 보이콧을 거론하더니 결국 합의된 일정마저 무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후보자에게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국면을 추석까지 끌고 가려다 청문회를 우회하도록 빌미를 줬다. 정략에 매몰돼 견제에 실패했다. 해명 간담회 다음 날 허둥지둥 반박 간담회를 개최한 코미디 같은 상황이 야당의 실패를 웅변한다. 무능한 야당보다 더 심각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다. 이 국면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국회 기능을 사수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국민청문회란 비공식 절차를 입에 올렸고,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듯 여당이 마련한 공간에서 일방적 간담회가 열렸으며, 다음 날 청와대 정무수석은 “의혹이 해명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듯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국민 여론은 돌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여당 지원사격과 후보자 간담회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찬반 여론을 엇비슷하게 만들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여론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오만하다. 정성 들여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편을 갈라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6일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사실상 사흘의 말미를 줬다. 열흘 이내에서 시한을 정할 수 있게 한 관련 법규를 감안하면 매우 짧은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국회가 청문회를 열려 해도 증인에게 닷새 전 출석을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됐다. 청문회 없이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전례가 드물더라도 법률이 정한 최장 열흘의 시간을 모두 국회에 줬어야 했다. 임명 여부를 추석연휴 이후에 결정하게 되더라도 국민 여론을 존중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았다. 조 후보자 문제는 통상적인 장관 인사의 차원을 넘어섰다.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될 판이고, 비리를 넘어선 공정의 문제가 제기돼 있다. 더구나 그를 통해 하려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의혹과 의구심을 다 떨쳐낸 뒤 취임해도 모자랄 터에 작전을 펼치듯 임명을 강행한다면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이 그 개혁에 힘을 실어주겠는가. 향후 수사 결과가 조 후보자의 해명과 다르게 나왔을 때의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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