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캠핑·공연하는 놀이방… 엄마랑 아이랑 찾아오는 공동체로

[새로운 교회 공동체] 서울 문화교회

서울 문화교회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육아 품앗이 밤들이 캠핑데이’에 참가한 아이들이 부모와 장기자랑을 펼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에 위생장갑을 하나씩 꼈다. 플라스틱 칼을 하나씩 들고는 당근과 감자를 열심히 썰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들의 눈빛에는 기특함과 사랑이 가득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문화교회(김형진 위임목사)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육아 품앗이 밤들이 캠핑데이’ 모습이다. 중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이날 캠핑에는 미취학 아동 29명과 학부모 15명이 참석했다.

장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후원한 문화교회 교육관 2층에는 임시 실내 야영장이 마련됐다. 형형색색의 텐트 6개에 들어가 앉은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간단한 종이접기도 하고 색종이 위에 동물, 집, 과일 등 그림을 그려가며 텐트를 꾸몄다. 장기자랑까지 하느라 허기가 찾아온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저녁으로 카레를 만들었다. 식사 후에는 인형극 공연도 이어졌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가 되자는 메시지에 아이들은 ‘네!’하고 큰 소리로 화답했다.

서울 문화교회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육아 품앗이 밤들이 캠핑데이’ 후 부모와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민석 선임기자

문화교회는 2017년부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육아맘'들과 협력해 지역 내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 공터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을 만들어 개방한 게 계기였다. 이후 몇몇 육아맘들이 주축이 돼 아이들과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회는 장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도 함께 구상하며 소통했다.

교회 내 30·40세대를 위한 ‘브릿지교구’가 육아맘들과 협력한다. 김용현 브릿지교구 담당 목사는 “지역 내 또래 구성원들과 함께 기독교 정신이 깃든 의미 있는 사역들을 하고 있다”면서 “수동적 의미의 지역 선교가 아닌 함께 가치를 만들고 공감을 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웃 주민들이 교회를 친근하게 느꼈으면 하는 것도 우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교회와 신당동 육아맘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마을공동체 사업은 육아맘을 위한 ‘코어 운동’,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보는 ‘반찬 만들기’,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공동육아체육’, 맞벌이 가정을 위해 저녁식사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공동 식탁’,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육아맘 소풍’ 등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목적이다.

육아맘들은 자유롭게 사업에 참여해 육아 관련 고민과 정보도 나누고 아이들의 정서 발달도 함께 도모한다. 미처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품앗이와 같은 개념으로 지역 내 육아맘들이 함께 아이를 봐주며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날도 5~6명의 아이마다 엄마들이 두 명씩 배치돼 팀별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웃 간의 소통이 단절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육아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비슷한 처지의 육아맘들이 돌아가며 내 아이처럼 봐주다 보니 지역사회 분위기도 밝아졌다. 4살 딸을 둔 배혜민(38·여)씨는 “길 가다 마주치는 게 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웃들이다 보니 놀이터나 동네 어딜 가더라도 아이에게 친구와 형제가 생긴 것 같아 좋다”면서 “요즘 아이가 하나뿐인 가정이 많은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협력하다 보니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이는 자연스레 교회 출석으로 이어졌다.

배씨는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장소를 제공해주는 교회에 빚진 마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아이들 때문에라도 교회에 오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한 가정이 구원을 받는 걸 보며 교회에 오라고 한다고 오는 때가 아닌 요즘 시대에 적절한 전도이자 선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회도 이들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매주 목요일 육아맘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자녀교육과 함께 신앙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기도회와 기독 학부모 교실이 열린다. 주일에는 지역 육아맘들이 교회 내 ‘베이비라운지’에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문턱을 낮추려 노력한다.

신당동에 기독교 가치를 실현하는 ‘마을 목회’의 일환으로 1년에 두 번 ‘신당동 육아맘 벼룩시장’도 개최한다. 주민들과 교회 여전도회, 브릿지교구가 판매자로 참여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금 일부는 지역 영아원에 기부한다.

김형진 위임목사는 “젊은 부부들이 교회에 나와 예배드리는 게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브릿지교구를 만들어 각종 복지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교회가 하는 일이 뭐 있냐는 핀잔도 받았지만, 지금은 상처받고 교회를 떠났던 육아맘들이 치유돼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사례도 있다”며 “교회가 세상으로 들어가 어떻게 하면 그 속에서 복음을 보여주고, 몸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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