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동거 커플 출산 지원책 필요
정년제 폐지와 노동시장 개혁으로 인적 자원 확보해야
이민을 통해 국내 노동시장 개방하는 정책도 추진해야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5만8524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7.7% 감소했다. 월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9개월째 역대 최소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신고가 된 결혼 건수는 12만121건으로 통계치 작성 이후 역시 가장 적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에 머물러 왔다.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처음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1970년에는 4.53명이었다. 2017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은 1.68명인데, 우리나라가 제일 낮다. 기존 추세를 반영한 보수적인 ‘중위추계’를 따라도 올해에는 합계출산율이 0.94명, 내년에는 0.9명, 2021년에는 0.86명 등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인구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노동력 부족, 소비 위축 등 여러 문제를 가져온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국가 사회안전망 체계도 초고령화 사회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인구가 줄면 사회안전망 유지 비용을 부담하는 절대 자원 자체가 줄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과거나 현재의 사회보험 개편 경험, 그리고 외국 사례에서 보듯 그 과정 중에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제고 대책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2006년 6월 정부가 2011년까지 3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합계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6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 플랜 2010)을 발표한 이후 15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0명대까지 떨어진 국가적 재앙을 맞았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정부 대책이 근본적인 고민이나 장기적인 정책 방향 설정 없이 단기적인 보여주기 식 행정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이 팍팍한데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니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잡화점식으로 정책을 나열하고 추진했다. 2006년 이후 2017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 126조원 중 저출산 해결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예산은 63조원에 불과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 ‘흡연·음주 등 예방사업’ ‘학교폭력 예방’ 등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돼 있었다. 2018년 12월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구조조정했는데, 저출산 극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대책 위주로 예산을 집중 투입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결혼해서 아기를 가진 가구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고 정책 실행을 위한 예산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측면에서는 과거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우리나라가 출산율 0%대의 사회적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기존 대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함께 노동시장 구조, 국민 의식 변화 등을 고려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참사에서도 확인됐듯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처우가 좋고 고용이 보장된 소수의 대기업 및 공공부문과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다수의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돼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2017년 기준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가운데 7명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법 개정으로 아이가 한창 자랄 때 1년간은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되었는데, 여성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힘든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중소기업 취업자, 비정규직의 박탈감만 가중시킬까 우려된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사회 추세를 반영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에 긍정적인 여성은 1998년 67.9%에서 2018년 43.5%로 10년 만에 20%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2018년 기준으로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여성 비중은 각각 50.8%, 3.8%였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지만 동거 커플에 대한 출산 지원 등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끝으로, 정년제 폐지 등을 통해 활용이 가능한 노동력이 될 수 있으면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인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이민을 통해 국내 노동시장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 초저출산 국가를 극복하는 여러 대안이 있으나 우선적으로 출산율을 제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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