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은 이 사건을 두고 하는 얘기 같다. 치매를 앓고 있는 미수의 할머니와 50대 중증 지체장애 아들이 살해된 ‘강서구 모자 살인사건’ 말이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심모씨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3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충격인 것은 심씨가 할머니의 아들이고 중증 지체장애인의 동생이라는 점이다.

심씨는 일용 노동을 하며 어머니와 형을 수발했다. 자신의 벌이 외에 매달 어머니와 형 앞으로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있었고 여기에 더해 어머니는 장기요양보호 서비스, 형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아 부족하나마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형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형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요양보호사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은 고통이었다. 결국 심씨는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노모와 형을 돌보는데 전념했으나 오랜 간병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형에게 24시간 방문요양 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심씨가 그런 끔직한 패륜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연간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장 기간은 6일에 불과하다. 조건도 까다롭다. 물론 없는 것보다 낫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아사로 추정되는 탈북자 모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복지 위기가구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 중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복지급여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때도 야단법석을 떨었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을 개정하고 새로운 법까지 만들었지만 탈북자 모자 사망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했다면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들이 허다하다. 정부가 확정한 513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181조6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다. 올해에 비해 12.8% 늘어났다. 예산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복지 서비스가 적시에, 꼭 필요한 곳에 제공되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 또한 시급하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