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이었을 게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 노출을 위한 전쟁.

실검 노출 알고리즘을 무력화하고 온라인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아예 대놓고 검색어를 지정하며 상위 노출 작전을 실행했다. 소수의 사람이 검색해서는 실검 상위에 특정 단어를 노출시킬 수 없으니 많은, 아주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했다. ‘실검 캠페인’이라고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마케팅 업체나 특정 정치세력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검색어를 조작하는 상황을 막는 조치만을 했던 포털 업체들은 속수무책이었을 터. 다수의 개인이 직접 특정 단어를 검색했으니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나경원 사학비리 의혹’ ‘검찰 쿠데타’ ‘한국 언론 사망’ ‘기레기 아웃’.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실검 상위를 차지한 검색어들이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 운영 업체들은 실검에 대해 “공통의 관심 정보를 전달하고 최신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온통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얘기뿐이니 공통의 관심사는 맞다. 그러나 첨예한 사안을 놓고 특정 세력이 여론을 왜곡하려 했고 실검에 반영됐다.

실검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6년 말 정부 개입으로 실검 순위에서 특정 단어를 제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 포털 업체는 외부 인사들을 포함해 위원회를 만들고 실검 서비스를 전면 재검토했다. 검색어 순위를 20개로 늘리고, 연령별 성별 검색어 노출, 시간 단위 검색어 변화 상황 제공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래도 실검이 문제가 되자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더니 올해 초 모바일 첫 페이지에서 뉴스와 함께 실검을 없앴다. 대신 메뉴로 만들었다. 개편된 모바일 페이지의 성과를 점검하고 PC 페이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편된 성과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실검은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언론과 언론학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실검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베껴쓰기(어뷰징), 조작 가능성, 여론 호도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포털 업체들은 사용자의 정보접근권(알권리) 여론 동향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실검 폐지에 부정적이었다. 충분히 이해된다. 미봉책인 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는 포털 업체도 답답하겠다고 추측된다. 지탄이나 지적을 받는다고 쉽게 폐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에 나온 사안 중 궁금한 걸 찾아보면 실검에 반영되고, 많이 찾아본 내용을 다시 언론이 기사화한다. 한두 매체에서 쓰는 게 아니다. 포털 제휴 매체만 1700여개나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실검 따라잡기를 한다. 다단계 구조로 트래픽을 유발한다. 포털 업체는 뉴스로 버는 수익이 미미하다지만 이를 기반으로 올리는 다양한 수익을 부정하긴 어렵다. 검색어를 순수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구글 트렌드라는 별도 페이지에서 검색어 통계를 제공한다. 하루 단위로 검색어 순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궁금한 사람들에게만 제공해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여론 왜곡을 막으려는 조치다.

포털 사이트는 사회적 공기(公器)가 된 지 오래다.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정론지로 불리는 언론사가 위기 속에서도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에 마구잡이로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저널리즘에 기반한 공적 의무 때문이다.

실검은 의제설정 기능을 무력화하고 방해하고 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 상황이 더 많아졌다. 알고리즘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바뀐 알고리즘에 맞춰 새로운 대응을 하면 된다. 공정한 여론 조성, 건강한 언론 환경 등을 생각한다면 검색어 순위 집계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 포털 사업자들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하면 무리일까.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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