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법에 차라리 ‘찬스’ 조항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꼭 시키고 싶은 사람은, 대통령이 임기 중 3번 정도는 찬스를 써서 무조건 임명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말이다. 온 나라에 몇 주째 이어지는 이 거대한 혼란을 생각하면 대통령한테 그 정도의 권한을 주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혼란이 지속될지, 중단될지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복수의 청와대 인사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안을 꽤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순방에 나섰다고 한다. 무조건 두둔해온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살펴봐야 할 게 있다는 생각이었고 서울공항에서 입시제도 개편을 거론한 것도 그런 배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 후보자를 임명할지, 말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정해놓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우선 청와대가 대통령 순방 중 마련한 조 후보자 관련 스크린 자료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 논란이 불거진 뒤 자체적으로 다시 스크린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조 후보자 의혹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론조사 추이도 판단 기준일 것이다. 조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임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약간 높아진 상태다. 문 대통령으로선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장관을 임명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었을 텐데 여야가 6일에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런 상황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기에 좀 더 좋아진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하게 헤아려야 할 것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생긴 국민들의 상처다. 그 상처는 조 후보자와 가족이 불법을 저질러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합법적인’ 특혜와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누린 데 따른 박탈감 때문에 생긴 상처다. 특혜와 공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면 문 대통령도 더 이상 그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와 ‘한 묶음’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 상처를 감수하고 검찰개혁이란 명분 때문에 임명을 강행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민심을 더 헤아리는 결정을 할지는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다. 검찰개혁도 완수하고, 국민의 상처도 낫게 하는 일은 아마 동시에 생기지 않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순간, 역사는 문재인정부를 평가할 때 특혜와 공정성 문제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놓아줄 때라고 생각한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놓아주는 게 더 안타깝겠지만 지금 놓아주는 게 국민의 상처도 보듬고, 조 후보자나 가족이 받을 고통도 줄이는 길일 수 있다. 그를 임명하는 게 검찰 수사와 맞물려 더 큰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조 후보자는 차후 선거 등을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직접 받게 하는 식으로 명예회복의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게 검찰개혁의 후퇴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에너지를 응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예상 밖의 결정을 한다면 더 큰 민심을 얻게 되고, 이 민심이 검찰개혁의 정당성에 힘을 보탤 것이다. 반대로 임명을 강행하면 정권의 ‘이율배반’ 때문에 개혁의 동력이 크게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일부 개혁에 성공하더라도,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한 개혁은 ‘그들만의 개혁’으로 평가절하될 게 뻔하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설명할 기회가 마련된 것도 다행스러운 점이다. 적어도 법이 마련한 청문회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한 뒤 물러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주말에 태풍이 예보됐다. 다음 주에는 대한민국에 태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가 찾아올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파격수를 기대해 본다.

손병호 정치부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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