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 교계 엇갈린 현실… 내몰리는 지역교회 vs 복음 전도의 신세계

정부가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해당 지역에 있던 교회들 중 일부는 내쫓길 위기에 처한다. 사진은 철거 현장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한 교회의 모습. 국민일보DB

“교회 목사님들은 워낙 정보도 많고 적극적이라 다른 종교보다 빠르게 대처합니다.”

경기도 위례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신도시에 들어서는 교회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 예정 부지를 발표했다. 개발 중인 2기 신도시도 속속 입주자를 받고 있다.

신도시는 한국교회에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젊은 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가 새로운 선교 영역이 될 것이라며 이주를 꿈꾸는 교회들이 있는 데 반해 재개발 지역에서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내쫓길 위기에 처해 국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교회도 있다.

우리는 신도시로 간다

20년 역사를 가진 서울의 A교회는 최근 경기도 인근 2기 신도시로 입주를 끝냈다. 이 지역은 현재 개발이 50% 정도 진행됐다. A교회는 10년 전 이곳에서 교회 건축을 시작했는데 최근 새 예배당이 준공됐다. 성도와 사역자들은 새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기쁨의 기도를 드렸다.

이 교회 담임 B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쏟았던 우리의 힘이 더 확장돼 쓰일 수 있도록 고민했다”면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가서 더 많은 영혼을 구하자는 데 성도들과 사역자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나온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B목사는 “간증할 게 많다”면서 “부지 마련부터 시공사 선정, 설계, 건축까지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그때마다 모두가 마음을 합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도시 이전을 꿈꾸는 교회들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신도시에 들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부지 확보다. 하지만 어디에도 종교부지와 관련된 법이나 조례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도 “관련 규정이 없어 신도시 개발에 들어가면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사업자와 주민대표 등이 인구 분포, 면적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개발지역에 있던 원주민의 종교단체(협의양도인) 부지는 종교부지에 포함된다. 이 외에 필요에 따라 종교부지를 추가한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종교부지의 면적이 정해지면 추첨으로 입주 대상을 정한다. 중앙기관이 있는 다른 종교단체와 달리 한국교회는 실수요자인 개교회가 추첨에 참여한다.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의 종교부지 11필지 중 기독교 부지는 원주민 종교단체 부지였던 4필지를 포함해 총 5필지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는 기독교가 타종교보다 신도시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위례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와 교회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특이사항도 있다. 위례신도시가 그런 경우다. LH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의 총 종교용지는 11필지다. 필지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구획되는 토지의 등록단위로 정의한다. 11필지 중 6필지는 원주민 종교단체가 선점했다. 기독교가 4필지, 불교가 2필지였다. 천주교가 문제를 제기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토부 및 LH 등과 협의해 선점된 필지 외 5필지 중 3필지는 천주교에 한정해 추첨하기로 했다. 이처럼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보니 각 신도시의 교회 분포는 제각각이다. 위례신도시에선 교회를 찾기 쉽지만, 동탄신도시에선 그렇지 않다. 시공사 선정도 중요하다. 시공사와 건축 과정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도들의 공감이다. A교회 목사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에서 경기도로 간 것이지만 신도시는 젊은 세대들이 많은 데다 인프라도 좋다”면서 “성도들이 이럼 점에 모두 공감했고 기도와 함께 철저히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신도시를 떠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목회하던 C교회 담임 D목사는 지난해 별세했다. 교회가 다산신도시 개발지역에 포함된 뒤 평소 지병이 있던 D목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정부는 토지나 건물값만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성도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재정 압박이 커졌다. 보상 문제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던 D목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숨졌다.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 교하순복음교회는 부지가 신도시 개발로 수용된 후 새 부지를 분양받기로 했지만, 높은 분양가와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건축하지 못했다. 계약은 했지만, 잔금을 내지 못해 분양받은 땅을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신도시에 수용될 때 받는 보상가보다 분양계약을 할 때의 토지분양가가 훨씬 비싸다 보니 은행 대출을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처럼 신도시가 개발될 때마다 개발지역에 있던 교회들은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 2016년 당시 ‘한국교회 재개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국교회연합 최귀수 사무총장은 “지금도 신도시 개발로 피해를 호소하는 목회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종교부지 선정, 소유자에 대한 보상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최 총장은 “교회가 많은 지역에선 재개발을 하면서 인구비례 등에 따라 종교부지를 축소하고 교회 수를 줄여 일부 교회가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재개발에 들어가면 기존 교인이 흩어지고 헌금도 줄어드는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곤 한다”고 밝혔다.

전국신도시재개발지역 종교용지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파주 운정지구와 김포한강지구, 별내지구 등을 비롯해 총 18개 지구 240여 교회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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