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이다. 기자들에게 매우 모욕적인 단어다. 2010년쯤 인터넷 댓글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자보다 기사에 대한 비판에 사용됐다. 한번 올린 기사의 제목만 살짝 바꿔 새 기사인 양 포장해 내보내는 어뷰징, 내용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낚시성 기사’ 등을 꾸짖던 용어다. 신문이나 방송사들이 포털사이트 조회 수 경쟁을 벌이던 때의 일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기레기란 조어의 쓰임이 폭증했다. ‘학생 전원 구조’ 같은 오보나 탑승인원 수가 계속 바뀌었던 초동보도가 원인이었다. 생때 같은 학생들의 구조를 애태워 기다리던 가족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열경쟁도 한몫했다. 진도 팽목항에 취재 갔다 돌아온 후배기자들이 그런 현장상황을 하소연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아버지가 관련된 비위라도 기사가 되면 쓴다, 수위에게 뺨을 맞고 총장에게는 큰소리를 치는 게 기자다. 이런 유의 얘기로 추상같은 비판의식과 굴하지 않는 취재 자세를 강조했던 게 선배들이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관제언론’ ‘어용기자’로 비난받던 언론이 이제 속보경쟁에만 혈안이 된 쓰레기 취급을 받는구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기자는 원래 욕을 먹는 직종이다. 사실과 진실에 접근하려다 보면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취재원에게 달라붙어야 할 경우가 잦다. 미담이나 홍보 기사가 아니라면 취재대상은 매우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기 때문에 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세월호 오보나 취재태도가 잘 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매체가 많고 마감시간이 따로 없는 시대란 틀 안에서 젊은 기자들이 겪는 직업상 애환이 그렇다는 것이다.

기레기란 단어를 여당 대변인이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장소로 국회를 대관한 것이 국회 내규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재정 대변인이 계속 따라붙는 기자를 향해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라고 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진보·보수언론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 불편했을 법하다. 하지만 대변인은 기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당직이다. 특히 여론의 정치를 하는 정당에게 언론은 조언자 역할도 하는 셈이다. 기레기란 말은 “아주 걸레질을 해”라 했던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보다 더 깊은 상처를 주는 말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