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4일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을 올 하반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 등 지배주주가 가진 주식에 대해 일반 주식(보통주)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장치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창업주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걱정하지 않고 기술 개발이나 인재 영입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설 수 있어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며 단기 성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능하고 전횡을 일삼는 창업자나 대주주들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를 충실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의 장점은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도의 남용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차등의결권 주식 소유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도입 시 전체 주주의 동의를 얻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결권 격차를 합리적 수준(10대 1 등)으로 제한하고 일정 기한(10년)이 지났거나 상속·증여 시에는 보통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회사의 해산 결의나 보통주 주식병합·소각 등 일반 주주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벤처기업이 상장할 경우에는 차등의결권을 어느 정도 기간까지 허용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적용 기업에는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 감사위원회나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일 제도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도입되지만 결국 상장 기업이나 대기업 등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에 관한 의구심을 풀어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