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정동길 시민들에게 마당 내어준 122년 된 예배당

정동제일교회 건물이 담장 뚫고 나온 사연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의 북쪽 끝 모서리가 담장 밖으로 튀어나온 모습. 옆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정동길에는 100여년 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중명전 이화100주년기념관 러시아공사관 성공회서울대성당 등이 대표적 근대 건축물입니다.

이런 건물들이 서울 정동 23번지에서 34번지에 이르는 너비 18m의 도로 주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정동길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역사 명소’가 된 것입니다. 많은 이가 정동을 찾습니다. 탐방객들은 정동길 초입에 있는 한 교회 마당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합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입니다.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단층 예배당은 개신교 최초의 서양식 예배당인 벧엘예배당입니다. 1897년 12월 26일 세워진 예배당은 여전히 처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918년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고 기미독립선언서를 대량으로 찍어내기도 한 곳이죠. 6·25전쟁 때 반파됐던 예배당은 복원과 확장을 거듭했습니다. 77년에는 국가문화재(사적 256호)로 지정됐습니다. 80년대에는 교세가 급성장하며 서울의 많은 교회가 현대식 건물로 건축할 때도 교인들은 전통이 깃든 예배당을 지켜냈습니다.

이 교회 3·1운동100주년기념위원회 오영교 위원장은 5일 “일제강점기 벧엘예배당은 교인뿐 아니라 연희전문과 배재학당 학생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도 개방됐던 자유와 소통의 공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회는 여전히 시민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정동야행길’ 행사 때도 교회를 개방합니다. 월요일 정오엔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죠. 수요일마다 직장인 예배도 드립니다. 교회는 예배에 오는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합니다. 벧엘예배당이 교회와 시민 사이에서 가교가 된 것입니다.

정동교회 담을 따라 이화여고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낯선 장면이 보입니다. 벧엘예배당의 북쪽 모서리가 교회 담장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죠.

90년대 중반 서울시가 역사문화 탐방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입니다. 10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정동의 옛길을 정비하면서 교회 마당 일부가 부득이하게 도로로 편입됐습니다. 교회가 통 큰 양보를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교인들 중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담장 밖으로 나간 예배당을 교회 안으로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예배당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담장을 넓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동길을 오가는 시민과 학계의 반응은 다릅니다.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원은 “교회가 시민을 위해 희생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교회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도 정동길로 튀어나온 모퉁이는 세상을 향해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접점처럼 말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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