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분식점이 있다. 작은 체구의 아줌마는 혼자서 메뉴판에 있는 십여 가지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낸다. 맛도 좋지만 음식을 많이 담아주기 때문에 남는 것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게인데도 단골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9월 초, 그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 나는 아줌마에게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내려가시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줌마는 3년 전 추석날에 가게 문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독거노인…. 그녀의 고객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추석 때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난해에는 추석날 밤에 문을 닫으려 하는데 한 남학생이 들어와서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학졸업반인 그 학생은 자신의 어머니가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이 김치볶음밥이라면서 추석 기간에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높으므로 일하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아줌마는 아무래도 그 청년이 이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할 것 같으니 자신도 추석 때 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아줌마가 걱정하는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지난 3년간 매해 추석에 밥을 먹으러 온 여학생은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서 3년간 고향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 학생은 근처 고시원에 사는데 고시원에서는 요리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분명히 올 것이라고 했다. 그 학생이 10년간 합격을 못하면 10년간 고향에 안 가실 거냐고 묻자 아줌마는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고향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요. 우리 엄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그냥 여기서 누군가에게 밥이라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음식 장사해서 먹고사는 것도 엄마 덕분이에요. 우리 엄마 손도 컸지만 요리 실력이 끝내줬거든요.” 나는 아줌마가 만들어준 수제비를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으며 아줌마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을까 상상했다.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커다란 들통에 멸치육수를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해 수제비를 만드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언뜻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김의경 소설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