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진행성 난소암 환자가 분당서울대병원 암재활클리닉에서 복부 안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암 종류별로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뼈·뇌 전이 유방암 4기 날벼락, 수십차례 항암치료 몸 만신창이… 너무나 힘들어 한때 자포자기
재활치료 시작하며 서서히 호전… 일상생활 가능할 정도로 회복
약해진 몸과 마음 회복에 중점, 전문시스템 갖춘 병원 극소수… 재활치료 있는지조차 몰라
병원, 수익성 낮아 투자 못나서… 활성화 위해 수가 보장 급선무


경기도 광주에 사는 박영옥(53·여)씨는 2013년 초 왼쪽 가슴에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암 크기가 11㎝나 됐고 주변 림프절, 뼈, 뇌로 다 퍼져 당시 의사로부터 “당장 오늘 죽을 수도 있다”는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들었다.

암이 너무 커서 6개월간 24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암을 줄인 뒤에야 왼쪽 가슴을 전부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반복적 항암과 수술, 뒤이은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은 컸다. 왼쪽 어깨와 팔 통증으로 한동안 숟가락 조차 뜨지 못했다. 기력이 없어 걷는 것은 물론 앉아 있기도 힘들어졌다. 악몽 같은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암 재활치료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박씨는 암 치료와는 별도로 1주일에 2~3차례 전기자극 치료, 근력 운동, 손·팔 마사지 같은 맞춤 재활프로그램을 꾸준히 접한 뒤 혼자 걷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좋아진 체력 덕분에 남은 암 치료도 견뎌낼 수 있었다. 박씨는 “처음엔 모든 걸 포기하고 암 환자 요양원도 알아봤지만 단순한 휴식과 식이요법, 물리치료 정도 제공하는 곳이었고 비용도 많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박씨는 “만일 그때 갔더라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까 싶다”면서 “암 재활치료를 통해 삶의 활력과 살아가는 동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씨의 재활치료를 지켜봐온 분당서울대병원 암재활클리닉 양은주 교수는 9일 “절망적 상황이었는데, 6년째 생존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진행성 암 환자에 효과 입증

암 치료 하면 대부분 항암·방사선 치료, 수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기본적인 암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암 재활치료’다. 암 환자들에게 재활치료는 떨어진 신체기능을 되돌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암 치료 과정에 겪는 여러 증상들(통증, 피로, 림프부종, 기능장애 등)에 의해 약해진 환자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진행성 암 환자 대상 재활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국내 첫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진행성 암은 수술로 암을 없애기 어렵거나 암 전이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암 병기(病期)상 3기나 4기에 해당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 1월~2017년 6월 분당서울대병원에 의뢰된 진행성 암 환자 3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재활치료 417에피소드(2주 이내 간격으로 연속 이뤄진 모든 재활치료들의 묶음)를 분석한 결과, 재활 후 신체기능 지수가 유의하게 올랐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기능적 보행지수(FAC)’는 재활 전 평균 2.1점에서 재활 후 평균 2.4점으로 높아졌다. FAC는 보행 능력을 0~5점의 총 6단계로 점수화해 측정됐다. 점수가 높을수록 보행 능력이 좋다. 0점은 보행이 불가능한 경우, 5점은 도우미 없이도 독립적으로 보행이 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FAC 0점인 경우는 재활치료 이전 전체 30.9%에서 재활치료 후 24.2%로 줄었다.

암 환자의 ‘신체기능 점수(cFAS)’도 평균 57.8점에서 재활 후 64.2점으로 높아졌다. cFAS는 일어서기, 이동, 계단 오르내리기, 눈 뜬 상태에서 한발 서기, 복근 근력, 관절 가동 범위 등 총 24개 항목에 0~5점까지 부여한 점수를 합산해 평가됐다.

75세 이상 환자와 비교해 65세 미만의 경우 3배 이상 재활치료 효과가 높았다. 진통제를 쓰지 않은 환자가 사용 환자 보다, 뇌전이가 없는 환자가 있는 환자보다 약 2배 높은 재활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양 교수는 “초기 암 또는 완치가 기대되는 환자와 다르게, 진행성 암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로 이들의 재활치료는 더 이상의 암 진행을 막고 ‘무증상 생존기간’을 늘려 살아있을 동안 삶의 질과 신체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 경험자가 200만명에 달하면서 암 재활치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암 재활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진행성 암 환자 상당수는 기본 암 치료가 끝나면 곧바로 요양시설을 찾거나 자연치료에 매달리기도 한다.

재활 경험자 100명 중 6명 뿐

보건의료연구원 연구 결과 국내 암 환자 가운데 재활치료 이용 경험자는 100명 가운데 6명꼴에 그쳤다. 연구원이 2011~2015년 정부에 등록된 암 환자 95만8928명을 조사했더니 6.4%(6만1059명)만이 재활치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0~79세 암 환자가 전체 재활치료의 약 70%를 차지했다. 암종별로는 위·대장암 등 소화기암 환자가 34.4%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18.5%), 갑상선·내분비암(11.8%) 순이었다.

암 재활치료 참여율이 저조한 데는 우선 암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듣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암 전문의와 재활치료 의사간 긴밀한 협조와 연계 시스템도 미비한 실정이다. 양 교수는 “암 전문의는 암 치료에 집중하기 때문에 치료 전·중·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암 환자의 기능장애, 후유증에 대해 치료 서비스를 연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암 재활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암 재활치료의 전문성과 들이는 시간에 상응한 ‘수가’(진료 서비스 대가)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한몫한다.

현재 국내 재활 수가는 뇌신경 손상, 심장 및 호흡재활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고 암 환자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즉 뇌신경 손상이나 심장·호흡기능 장애 등의 문제가 동반돼 있는 일부 암 환자들에게만 재활 수가가 인정된다.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병원들이 암 재활 인프라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양 교수는 “뼈 전이로 기능장애가 있거나 수술, 장기간 항암치료로 보행이 어려워진 진행성 암환자들에게는 아무리 열심히 재활치료를 해 줘도 낮은 수가만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 재활치료를 보장하는 수가 체계가 마련돼야 병원들이 적극 나서고 암 재활치료도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보건의료연구원 조송희 부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암 종류별 재활치료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효과를 높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암 환자 피로·통증·림프부종, 적절한 맞춤형 재활치료 효과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주요 증상들은 피로, 통증, 관절운동 제한, 림프부종 등이다. 재활치료는 환자 증상, 암의 종류, 진행 정도 등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림프부종이 생긴 암 환자의 팔에 압박붕대를 감아 치료하는 장면. 서울성모병원 제공

한 대학병원 연구결과 암 치료 중인 환자의 63% 이상, 암 생존자의 53%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별로 피로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정해야 한다.

유방암이나 갑상샘암, 두경부암, 혈액암 등의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어깨와 팔·다리, 목 주변, 여러 관절 등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 관절 운동 범위와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림프부종은 유방암과 부인암(자궁경부암 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림프절은 온 몸에 분포돼 있는 면역기관으로 암 수술 시 완전한 암세포 제거를 위해 불가피하게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림프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고여 몸 곳곳에 부종(부기)을 남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는 “옷이 꽉 끼거나 손등, 팔·다리가 전보다 무겁거나 두꺼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림프부종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치료나 마사지, 압박붕대 치료, 부종 감소 운동 등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삼킴곤란은 두경부암(뇌와 눈 제외한 머리·목 부위 암) 수술 후 생길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기침이 나거나 삼킬 때 목이 아프고 자주 사레 든다면 의심할 수 있다. 턱 당기기, 머리 돌리기 등 식사 시 올바른 자세 훈련과 적절한 식이 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은 암 환자의 신체기능 회복에 도움된다.

유산소 운동은 매일 적어도 30분씩 꾸준히 한다. 걷기, 자전거타기 등은 주 5일 이상하고 조깅, 등산 등 비교적 체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은 주 3일 이상 하는 것이 좋다.

근력 운동은 일주일에 2~3번 한다. 낙상과 골절 예방에도 도움된다. 다만 말초(사지)신경이 심하게 손상돼 근력과 균형 감각이 떨어졌거나 골다공증이 있으면 섣불리 시도해선 안된다.

스트레칭은 관절 운동 범위가 감소된 부위 위주로 해 준다. 한번에 15~30초간 유지하고 이를 최소 2~4번 반복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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