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가 아닌 위임이다.” 딸의 동양대 표창에 대한 조국 법무부 장관 측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게 아니라 산하기관이 총장에게서 위임받아 전결로 수여했다는 것이다. 그 기관에는 조 장관 부인, 그러니까 수상자의 엄마가 있었다. 표창장에 2010년 12월부터라고 적힌 봉사기간이 위조의 근거로 제시되자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명백한 오기”라고 말했다. 부인이 교수로 부임한(2011년 9월) 이후에 딸이 봉사활동을 한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괜찮은 것인가? 엄마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엄마가 몸담은 기관을 통해, 엄마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전결권에 따라 표창을 받고 그것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스펙으로 활용하는 건 정당한가? 조 장관이 표창장 문구를 해명하며 힘주어 말했던 “명백한 오기”는 “내 딸은 분명히 엄마 밑에서 그 일을 해 표창을 받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교수 부모를 갖지 못한 이들은 이 해명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사건에서 위조는 불법을, 위임은 불공정을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 조 장관은 “불법이 아니라 불공정이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시선은 둘로 나뉘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라디오에서 “아직 법을 위반한 게 하나도 없다. 불법이 드러나면 사퇴하리라 본다”며 판단기준으로 법을 들었다. 조 장관 비판론을 “잘나가는 사람이 당하는 불행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불법만 없으면 괜찮다는 뜻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청문회에서 “후보자 딸은 의전원 재수를 위해 적을 두고 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그때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였다. 부인이 있던 동양대에선 딸이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받았다. 자녀가 원했어도 부모가 재직한 곳에서 그러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알바 뛰는 젊은이들이 가치관에 얼마나 큰 혼란을 겪을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정을 기준 삼아 말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시민의 손을 들어줬다.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장관 임명 이유로 제시했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된다”며 금태섭이 말한 공정의 문제는 의혹의 영역에 묻어뒀다. 그러면서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이란 말이 어느 때보다 공허하게 들렸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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