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는 문장을 나는 어떤 소설에 썼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모든 생각이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은 말이 되지 못한 채 심중에 잠겨 있다. 심중에 있는 많은 생각 가운데 일부가 말이 되어 나온다. 어떤 생각은 다른 생각(들)의 제지를 받고 말이 되기를 멈춘다. 가령 사랑의 기쁨을 털어놓고 싶더라도 사랑 때문에 아픈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면 그 말을 하지 못한다. 가치 없는 생각만 그런 것이 아니라 훌륭한 생각도 밖으로 나오지 못할 때가 많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생각(들)의 제지를 받지 않고 튀어나오는 말은 솔직한 말이 아니라 충동적인 말이다. 충동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솔직하다고 추켜세울 수 없다. 솔직한 것이 아니라 신중하지 못하거나 절제하지 못한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말은 생각에서 나오지만, 생각난 대로 말하지는 않는다.

생각에는 용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생각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말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하는 동안은 적어도 저 말은 하지 못한다. 아무리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자기가 하는 생각보다 많이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적게 하는 사람도 자기가 하는 말보다 적게 할 수는 없다. 언제나 생각이 말보다 많다.

또한 말은 행동을 간섭하고, 또 행동에 의해 간섭받는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그가 한 말이 그가 하는 행동을 감시하고, 그가 한 행동이 그가 하는 말을 감시한다. 말은 행동을 지시하고 행동은 말을 검열한다. 옳고 훌륭한 말, 고상하고 멋진 말을 누가 떠올리지 못하겠는가. 정의, 헌신, 환대, 그런 좋은 말을 누가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기의 삶을 돌아보면 입을 다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말인 줄 알지만 자기 입으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나는 자주 요청을 받지만 한사코 주례를 거절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언젠가 그는 내게 말했다.

모든 말은 고백이고 결심이고 약속이다. 누군가 ‘사랑해’ 하고 말할 때, 이 말은 현재형이지만 동시에 미래형이기도 하다. 사랑해, 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앞으로도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말하지 말아야 하지만, 충동적으로 한 말도 그가 한 말이므로 지켜야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과 세상에 대해 한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말한 사람을 향하지 않는 말은 없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을 해놓고 음주운전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쁘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자기 안의 다른 생각(들)의 제지를 받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차마 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음주운전이나 담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상호작용을 한다는 이 의견은 전혀 특별하지 않고 상식적이다. 상식은 평범한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일반적 사리분별력이다. 이것은 법과 제도에 우선한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이 유기적인 관계가 무너진 사람은 생각은 생각대로 하고 말은 말대로 하고 행동은 행동대로 한다. 자기 생각과 자기가 한 말 사이의 괴리, 자기가 한 말과 자기 행동 사이의 균열을 의식하지 못한다. 술 마시고 운전을 하면서 음주운전한 사람을 비난하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한 말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어떤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 생각은 생각이고 말은 말이기 때문이다. 말은 말이고 행동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말은 생각에 의해 제한되고, 행동에 의해 검열받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심판 날에 자기가 말한 온갖 쓸데없는 말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예수님은 말했다. 무섭지 않은가. 예수님의 이 문장 중의 ‘쓸데없는 말’은, 아마 생각과 행동의 제지를 받지 않고 나온 말이라고 주석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승우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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