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사람이 소로 보이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소로 알고 잡아먹었는데 제 아비일 때가 있고 어미일 때도 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요. 어떤 사람이 밭을 갈다 비가 쏟아져 처마 밑으로 피했는데, 웬 송아지가 따라 들어오더랍니다. 돌로 때려 잡아먹고 보니 아우였답니다. 너무 괴로웠던 그는 길을 떠났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곳을 찾아서 말이지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의 머리가 하얗게 센 어느 날, 마침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이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한 노인이 껄껄 웃으며 “우리도 사람을 소로 알고 잡아먹곤 했는데, 파를 먹으면서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나그네는 파 씨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텃밭에 심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그를 소로 여겨 잡아먹었습니다. 텃밭에선 파란색의 파가 향기롭게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파를 뜯어 먹은 사람들은 눈이 맑아져 사람을 소로 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 후로 아무도 사람을 잡아먹지 않았죠.

눈을 뜨게 해준 게 심산유곡 산삼이 아니라 겨우 파였습니다. 파는 맵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해준 파의 의미는 눈물 아니었을까요. 말랐던 눈물을 회복해 만나는 모든 이를 소중하게 대한다면 한가위 보름달도 맘껏 환하겠지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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