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취약한 ‘고깔 십자가탑’ 안전 주의보

안전지침 없어 대부분 볼트로 고정… 태풍 올 때마다 파손 사고 이어져

충남 홍성군의 한 교회 종탑이 지난 7일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기울어졌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동방교회(마흥락 목사) 교인들은 태풍이 몰아칠 때마다 2016년 10월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당시 태풍 차바가 상륙하면서 고깔 모양의 십자가 탑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부러진 십자가 탑은 교회 앞 도로로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마흥락 목사는 10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면서 “고깔 모양 십자가 탑이 강풍에 취약해 나중에 보수할 때는 철제빔을 세우고 그 위에 알루미늄 십자가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십자가 탑에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바람길을 만들고 기초도 튼튼하게 세웠다. 이제 어떤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교회 십자가 탑은 옥외 간판과 함께 태풍에 약한 대표적 구조물로 꼽힌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지만, 가격은 저렴해 상가교회나 중소형교회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고깔 모양 십자가 탑은 강한 바람과 상극이다. 태풍 링링으로 부러진 십자가 탑도 고깔 모양이 대부분이었다. 교회당 꼭대기나 상가 옥상에 볼트 등으로 허술하게 고정한 것도 사고를 부추겼다. 고깔 내부가 비어있어 구부러지거나 아예 분리되는 사례도 많다.

부러진 십자가 탑은 흉기나 마찬가지다.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2차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빌딩 5층 높이 정도에 설치돼 있어 추락 시 충격이 크다. 이번 태풍은 견뎌냈다고 해도 강풍에 접합부가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진다.

문제는 일부 교회가 십자가 탑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고가 나도 외형만 보수하거나 기존 고깔 모양의 십자가 탑을 다시 세운다. 경주동방교회처럼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교회는 많지 않다.

행정 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옥외 대형 간판의 경우 3년에 한 번씩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십자가 탑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은 없다. 전북 전주의 한 교회 담임목사는 “교회를 건축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소방서 등에서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면서 “십자가 탑을 보수하거나 구조 진단을 받은 일도 없다”고 했다.

교회가 먼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상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총무는 “정부에서 십자가 탑 안전지침을 만들기 전까지 지역 노회 차원에서 직접 안전점검을 한다든지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십자가 탑 대신 교회 벽면에 십자가를 설치하는 대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예장통합 사회봉사부는 오는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 ‘총회 교회안전관리지침’을 상정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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