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현장 국무회의를 열고 국무위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법무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 기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KIST를 현장 국무회의 장소로 택했다.

그러나 전날 임명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 장소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 자녀 의혹과 관련된 곳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KIST는 조 장관의 딸이 고려대 재학 시절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KIST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차원에서 미리 잡힌 일정”이라며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능인 자유한국당 상근부대변인은 “조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 중심지를 인사 후 첫 국무회의 장소로 택한 것은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조 장관은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오전 9시30분쯤 KIST에 도착해 곧장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장 근처의 차담회장 메인테이블에서 새로 임명된 국무위원들을 불렀다. 회의장에서 조 장관과 대화하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차담회장으로 갈 것을 권했지만, 조 장관은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한다”며 “처음이라 쑥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처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회의장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김광진 정무비서관 등과 대화를 나눴다. 일부 비서관은 조 장관을 응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조 장관이 사법 개혁에 ‘올인’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행보를 보장해줄 계획이다.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일절 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조 장관에게 주어진 시간이 시작됐다”며 “얼마나 성과를 낼지 지켜봐줘야 한다. 검찰은 검찰 일, 장관은 장관 일을 하는 게 민주주의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수석도 페이스북에서 “한 달 이상 청문회를 둘러싸고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국민들께 송구하다. 이제는 서로가 차분히 성과를 내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 수사에 대해 ‘내란 음모’ ‘미쳐 날뛰는 늑대’라는 입장이 나간 것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해져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 이슈에서 관심을 최대한 끄자는 분위기가 있다. 그게 조 장관과 사법 개혁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조기에 레임덕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 절반이 반대한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 해임건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과 정의를 내걸었던 현 정부에 실망한 2030세대와 중도층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조국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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