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무대·갤러리… 작품 보고 느끼며 기독교를 만난다

[새로운 교회 공동체] 서울 미와십자가교회

오동섭 미와십자가교회 목사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스페이스 아이에서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미와십자가교회 제공

지난 8일 주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11길,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붉은색 벽돌 건물 한쪽에 입구가 나타났다. 출입문 위엔 영어로 ‘스페이스 아이(SPACE i)’라는 글자가 장식돼 있었다. 미와십자가교회(오동섭 목사) 입구다. 지하 예배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엔 희미한 십자가 그림이 걸려있었다. 예배실은 작은 소극장 형태의 공간이었다. 109㎡(33평) 크기의 공간 절반은 객석, 절반은 무대였다.

예배 순서는 여느 교회와 비슷했다. 무대 공간 왼쪽엔 대형 양초 3개와 촛잔 10여개에 불이 켜져 있었고 나무 십자가가 탁자에 놓여 있었다. 성찬을 위한 빵과 포도주는 흰색 천에 덮여 있었다. 오동섭(50) 목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억하자”며 빵을 뗐고 잔을 나눴다.

점심 후엔 ‘경청 소그룹 모임’이 시작됐다. 무대 공간에 빙 둘러앉은 신자들은 이야기하고 귀를 기울였다. 오 목사는 “다른 이의 말을 그의 입장에서 듣고 말하는 연습”이라며 “일상에서도 적용하도록 근육을 단련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미와십자가교회는 이달과 다음 달 2개월에 걸쳐 ‘예수님에게 배우는 9가지 공감의 능력’을 주제로 이렇게 소그룹 모임을 갖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알려진 공동체다. 오 목사는 2011년 12월 문화목회를 표방하며 교회를 시작했다. 교회당은 세우지 않았고 대학 강의실 등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금의 스페이스 아이는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를 위해 2013년 마련했다. 이 공간은 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살롱형 극장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아이는 주일엔 교회 예배실로 평일엔 극장과 연습실 등으로 활용된다.

오동섭 목사가 교회 사역에 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오 목사는 문화법인 ‘하트빌더’ 대표, ‘스페이스 아이’ 대표, 극단 ‘미목’ 총괄기획도 맡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원(MDiv), 계명대신학대학원(ThM)을 거쳐 영국 옥스퍼드선교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MA)을 전공했다. 장로회신학대에서 ‘도시 공간 이해와 선교적 접근’을 주제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와십자가교회의 예배는 설교가 중심이 아니다. 성도들의 오감을 통해 말씀을 접하도록 다양한 공동체 예배를 드린다. 그림 음악 시 같은 예술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신자들의 영성을 키우는 힘이 된다. 이를테면 매년 8월은 ‘명화와 함께하는 예배’를 드린다. 주로 기독교적 작가와 작품을 다룬다. 지난달엔 20세기 유일의 종교 화가로 불리는 프랑스의 조르주 루오를 소개했다. 교회는 고흐(2014)를 시작으로 세잔(2015) 루벤스(2016) 이중섭(2017) 샤갈(2018)을 두루 살폈다.

오 목사는 “한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기독교를 만난다. 우리 교회엔 일종의 부흥회”라며 “명화를 오감으로 경험하면서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창조세계를 대면한다. 일상에서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그는 “목사 한 사람에 의해 주입되는 성경, 신학적 지식이 아니라 성도가 직접 경험하고 만나는 기독교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속 문화선교를 표방하면서 복음도 재정의했다. “요즘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기독교 내세관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젊은이들은 죽어서 가는 천당보다 지금 여기가 중요합니다. 그들은 ‘나는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그래서 복음은 ‘살리는 소리’입니다. 나와 우리를 살리는 소리, 사람을 죽이는 세상의 소리에 맞서 살아나게 하는 소리, 지금 여기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소리가 중요합니다.”

교회의 외부 사역은 폭이 넓다. 오 목사는 이를 ‘공간 프로젝트’라 불렀다. 소비의 공간을 사귐의 공간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로 바꾸는 시도다. “스페이스 아이는 대학로 연극인들의 연습실로 사용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합니다. 다른 연습실보다 따뜻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교회의 또다른 공간 프로젝트 중 하나인 ‘레이첼의 잉글리시 티룸’ 내부 모습. 미와십자가교회 제공

인근에 ‘레이첼의 잉글리시 티룸’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차를 마시며 손뜨개질을 하고 사람들과 삶을 나눈다. 영국식 찻잔과 뜨개실이 즐비해 주중엔 여성들이 몰린다. 교회는 뮤직홀도 준비하고 있다. 연주자 지망생을 위한 연습 공간이다.

이 같은 공간 프로젝트는 신약성경 사도행전 28장 30~31절 말씀을 기반으로 한다. “바울은 자기가 얻은 셋집에서 꼭 두 해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일들을 가르쳤다.”(새번역) 바울의 ‘셋집’처럼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을 만나며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와십자가교회는 선교적 교회 네트워크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오 목사는 “선교적 교회를 꿈꾸는 사역자들이 정기 모임이나 세미나, 프로젝트를 갖고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다”며 “(목회자가) 창의성과 열심, 인내력이 있다면 새로운 교회를 향한 다양한 표현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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