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북한이 ‘인간 오작품’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하루빨리 꺼지라”고 요구했던 존 볼턴(사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됐다. ‘슈퍼 매파’인 볼턴의 퇴진으로 미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한결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볼턴의 경질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볼턴 경질 사실을 전했다. 볼턴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장악했던 네오콘(neo-conservative·신보수주의자)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그친 것도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확실하게 쥘 것으로 보인다. 고집이 센 강경파 볼턴보다는 국무부 라인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미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전향적인 협상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비핵화 정의 및 로드맵에 있어 미국의 기존 방침이 변화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가 볼턴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도 볼턴 경질을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앞서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을 통해 “볼턴은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런 인간 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은 볼턴을 협상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 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11일 “북한 입장에서 볼턴 경질은 자신들의 퇴진 요구가 관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새로운 계산법’에 맞춘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볼턴 경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전략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 왔기 때문에 현 스탠스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베이징에서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다. 뤄자오후이는 지난 2∼4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을 수행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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