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한 이후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에 살던 동네의 가스검침원이었다. 나는 가스 검침 때문에 집 앞에 와 있다는 그녀에게 지금은 다른 동네로 이사 왔고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덕담을 건넨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니 그 집에 사는 동안 집에 들어온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녀를 포함해 단 두 명이었다. 그 집에 사는 동안 나는 사람을 집에 초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바쁜 탓에 집 안을 깨끗이 정리하지 못해 가급적 남들에게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필 집안이 어질러져 있을 때 검침원이 방문하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검침원은 내 마음을 잘 안다는 듯이 집안이 어질러져 있어도 절대 내색하는 법이 없었다.

며칠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이후 처음으로 가스검침원이 집에 방문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오십 대 여성 검침원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허둥지둥 방에 강아지를 가두고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에 가둬놓은 강아지가 방문을 밀고 뛰쳐나와 검침원의 다리에 매달려 꼬리를 흔들고 검침원의 손을 핥았다. 죄송하다고 했더니 검침원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도 개를 기른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 순간 보일러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문 앞에 짐을 잔뜩 쌓아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침원은 웃으며 짐을 치운 후 명절 이후로 전화를 달라고, 자신은 늘 근처에 있으니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준 다음 추석을 잘 지내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언제든 부르면 달려온다니, 그 말에서 새삼 그녀의 노고가 느껴졌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집에 방문하는 걸까. 서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걸으면서 일하니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또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지 않는 시간에는 어디에 머물까.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그동안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명절 연휴가 끝나고 검침원에게 전화할 때는 미리 집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검침원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집이지만 그녀에겐 일터가 아닌가.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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