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아 민족이 대이동한 이번 추석 연휴에도 남북 이산가족들은 보고 싶은 가족·친지들을 만나지 못했다. 고향 땅을 밟는 꿈도 접어야 했다. 지난해엔 8·15를 계기로 상봉행사가 열렸지만 올해는 아무 행사도 없이 그저 제각각 망향의 한을 달래야 했다. 간간이 만나는 가족이라도 돌아설 때 벌써 그리워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70년 넘게 헤어져 산 혈육의 정이야 말해 무얼 하겠는가.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다. 이념과 체제, 전쟁이 천륜을 거슬러 끊어놓은 혈연의 정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일은 어떤 정치 이슈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복원되는 시점이면 신호탄처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됐다. 남북 대화가 열리면 이산가족 문제가 거의 예외 없이 테이블에 올랐다. 지난해 ‘4·2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로 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소강상태가 계속되면서 인도적 문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198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3353명이다. 이 중 59.6%인 7만9466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올 들어서만 사망자가 2245명이나 된다. 상봉 신청자 가운데 70대 이상이 85.7%다. 70대가 21.9%, 80대가 40.5%, 90세 이상도 23.3%나 된다. 이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산가족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그럴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KBS 추석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산이 70년이 됐는데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서로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산 상봉에 진척이 없는 것을 남북 공동의 책임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한 공허한 말치레처럼 들린다. 정말 책임감을 느낀다면 우리 정부가 열심히 움직여 이 문제에 소극적인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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