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2023년 150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는 106조7000억원(본예산 기준)인데 연평균 8.9%씩 증가해 4년 만에 40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의무지출은 법으로 지원단가와 대상이 정해져 있는 지출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비 등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게 문제다.

국회 예산처의 ‘2019~205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로 연금급여액은 올해 23조원에서 2050년 160조원으로 급증한다.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비는 같은 기간 24조원에서 60조원으로,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지출은 30조원에서 57조원으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지출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정책을 강화하면서 연금 개혁 등 지출을 억제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복지 확대를 마냥 반길 수는 없다. 재원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정부 재정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비용이 계속 늘어나기 마련인데, 수혜자들의 반발 때문에 되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지출을 늘리려면 세금을 더 많이 걷거나 보험료를 올려야 할 텐데 저항이 만만치 않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국가 채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지만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재정에 부담을 줄 복지정책은 확대하면서 재원 대책 마련은 소홀히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부담은 다음 정부나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셈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의 속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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