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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지호일] 검찰은 조국 수사를 뭉개야 했을까

여권이 만든 검찰의 개혁 저항 프레임은 조국 방어 위한 것… 개혁은 개혁이고 수사는 수사


사실 의아하긴 했다. 왜 그 시점이었을까.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둔 법무부 장관 후보자, 그것도 현 정부가 개혁의 표상처럼 대하는 실력자를 상대로 ‘윤석열 검찰’은 왜 그 타이밍에 치고 들어갔을까. 검찰로서도 한 발만 헛디디면 추락하는 외줄 타기를 왜.

그런데 수사 논리나 효율성 관점에서 보자면 검찰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건을 캐비닛 속에 처박아둔 채 ‘세월아, 네월아’ 묵히는 것, 조국 장관이 임명되길 기다렸다가 수사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장관에 오르기 전 수사에 들어가는 것. 어느 쪽을 택하건 논란은 피할 수 없었을 터다.

8월 27일 첫 압수수색 당시를 보자. ‘조국 대전’ 파장이 정치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온 나라가 ‘묻지마 지지’와 ‘묻지마 반대’로 갈려 상대 진영을 죽기 살기로 물어뜯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확증편향이 지배하는 판에서 진실과 도덕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던 때였다. 정권 입장에선 검찰이 사건을 적당히 뭉개주길 바랐을지 모르지만, 그랬다면 오히려 봐주기 수사 논란이 벌어지며 사태가 더 악화됐을 수도 있다. 검찰이 임명 이후를 택해 움직였더라도 “검찰이 개혁에 반기를 들었다” 같은 비난은 나왔을 것이다.

그보다 실기(失期)한 수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을까. “가족 수사는 보고도 하지 마라”고 조 장관은 공언했지만, 막상 이후 법무부의 행보를 보면 수사에 영향을 주고 검찰을 위축시킬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이 사건 모니터링을 하면서 의혹 일부는 범죄의 실체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여기에 증거가 하나둘 사라지고, 핵심 관계자들은 잠적하거나 말맞추기 하는 정황까지 나오지 않았나. 사건을 덮지 않을 바에야 검찰로서도 사실상 외통수였을 수 있다.”

조 장관을 겨눈 공격적인 수사가 윤 총장 본인의 언급대로 “헌법 정신”의 발로인지, 검찰의 오랜 조직보호 본능이 발휘된 것인지, 다른 속내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 수사가 부당하다고 속단할 근거는 없다. 지금처럼 일단 돌진하고 보는 것이 우리가 봐온 ‘윤석열 스타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여권이 보인 과잉 반응이다. 청와대 참모, 여당 지도부 입에서 “미쳐 날뛰는 늑대” “내란음모 수준” “검찰의 쿠데타” 등 거친 발언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정치검찰’에 의한 ‘정치 개입’ ‘개혁 저항’의 프레임이 작동됐다. 수사 관련 보도에 근거가 불확실한 피의사실 공표 이슈로 맞서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런 대응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수사 정당성을 흔들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 검찰을 죽여 조국을 살리려는 이런 시도는 장관 도덕성 검증 문제와 검찰 수사를 ‘조국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로 환원시켰다.

그런데 윤 총장을 비롯해 지금의 검찰 지휘계통 진용을 꾸린 것은 현 정부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적폐청산 및 사법농단 수사 등을 수행한 검사들이 지금 조 장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 적폐청산의 동지이던 검사들이 하루아침에 역적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이런 역설적 상황은 검찰 탓인가, 검찰을 대하는 정권의 이해관계가 바뀐 탓인가.

돌이켜 보면, 현 정부 들어 검찰이 과거와 같이 조직적으로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 검찰 개혁 자체를 거스를 분위기도 아니지만, 몇 차례 솎아내기 인사를 통해 개혁에 맞설 만한 동력 상당 부분이 제거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던 검찰이 갑자기 표변해 반란을 꾀한다는 식의 주장 자체가 ‘조국 방어’를 위해 정치권이 가공한 위험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검찰을 향한 청와대와 여당의 분노 기저에 검찰이 정권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이 자리한다고 본다. ‘이런 배은망덕한…’류의 심사. 이는 검찰 개혁이라는 ‘큰’ 정의로의 길에 조 장관 일가의 ‘작은’ 비위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 아니냐는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검찰은 정권 입장에 맞춰 조 장관 수사를 뭉개야 했나. 그것이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이고, 검찰 개혁의 방향성인가. 개혁은 개혁이고, 수사는 수사다. 정치는 정치고, 검찰은 검찰이다. 조 장관이 개혁의 소명을 다하려거든, 먼저 수사부터 감당해야 한다.

지호일 온라인뉴스부 차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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