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해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입장문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과정에서 분출된 청년세대의 분노, 허탈감, 상실감이 강하게 배어 있다. 서울대와 관련된 일이기도 해서 분노가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조 장관 규탄 촛불집회도 열었다.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부산대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모두 조 장관 딸의 특혜 입학 의혹과 관련 있는 대학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학 연합 촛불집회를 열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청년세대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20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배경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조국만 문제냐”며 반론을 제기한다. 조 장관 딸과 같은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그 많은 학생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자녀들은 떳떳하냐는 거다. 나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에 필요한 20만명 선을 훌쩍 넘어 40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이들은 조 장관 수사하듯 나 원내대표 수사를 주장한다.

분노해야 할 특권과 반칙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조 장관 관련 의혹도 그가 법무장관에 임명되지 않았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을지 모른다. 청년 문제만 해도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가 수없이 많은데 이들의 죽음은 외면하면서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느냐는 청년세대의 자성론도 만만찮다. 정의와 공정이 요즘처럼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없다. 조 장관의 최대 ‘공적’이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린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허무하게 사고사 했을 때도 무심코 지나쳤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단시일 내에, 그것도 한 달 넘게 형성해 놓았으니 말이다.

너도나도 정의를 말한다. 그러나 내가 외치는 정의와 네가 외치는 정의가 항상 같지는 않다. 때론 내가 외치는 정의가 남에겐 위선으로 보인다. 보편적 정의가 아닌 선택적 정의일 때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논문을 거의 복사 수준으로 표절해 대학으로부터 석사 학위가 취소된 국회의원이 조 장관 딸 논문과 관련해 정의를 얘기한다. 적어도 이런 문제 제기는 논문 문제에서 자유로운 의원이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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