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가운데)이 1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퍼스셔 글렌이글스호텔 골프장 PGA 센터너리 코스 시상식장에서 솔하임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페테르센은 팽팽한 승부가 이어가던 이날 경기의 18번 마지막홀에서 극적인 버디로 승리를 가져왔다. AP연합뉴스

2015년 9월 독일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 간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 최종일. 재미교포인 미국팀의 앨리슨 리(24)는 17번홀에서 홀컵 50㎝ 앞에서 멈춘 퍼트를 ‘컨시드(짧은 거리의 퍼트를 홀인으로 인정하는 것)’로 생각해 공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동반 라운딩을 펼친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38·노르웨이)은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리는 벌타를 받고 서럽게 울었다. 이 경기에서 페테르센은 “승리에 눈이 멀어 스포츠맨십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똘똘 뭉친 미국은 그해 솔하임컵에서 역전승했고 페테르센은 유럽팀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받았다.

수잔 페테르센은 그러나 16일(한국시간) 솔하임컵의 4년 악몽을 환희로 바꾸고 은퇴했다. 페테르센은 이날 스코틀랜드 퍼스셔 글렌이글스호텔 골프장 PGA 센터너리 코스(파72·6434야드)에서 끝난 솔하임컵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마리나 알렉스(미국)에게 승리했다. 유럽은 이 승리로 마지막 1점을 추가해 미국을 14.5대 13.5로 물리쳤다. 유럽팀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우승을 탈환했으며 올해 16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거뒀다.

솔하임컵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12명씩 출전해 매치플레이, 포섬·포볼, 싱글 매치플레이를 사흘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팀은 둘째 날까지 8-8로 비겼고, 이날 싱글 매치플레이 종반부까지 13.5-13.5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 승부를 끝낸 영웅이 페테르센이었다. 페테르센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홀컵 2m 앞에서 버디를 잡고 유럽의 결승점이 된 마지막 1점을 가져왔다. 알렉스는 3m짜리 버디 퍼트를 놓쳤다. 페테르센이 솔하임컵 9번째 출전에서 결승타를 쳐 4년 동안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 비난과 야유를 떨쳐 낸 순간이었다. 유럽 갤러리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2017년 1월 결혼해 지난해 9월 아들 헤르만을 낳고 출전 횟수를 줄인 페테르센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완벽한 마지막이다. 프로 인생을 이보다 더 좋게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페테르센은 2000년 9월 프로에 입문했다. 프로 통산 22승 중 15승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그중 2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수확하며 LPGA의 대표적 유럽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인생의 오점으로 남을 뻔했던 솔하임컵에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며 프로 경력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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