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법부무가 18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엄정 규제하기 위해 검찰 훈령인 수사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사문화된 법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적절치 않은 행보다. 검찰을 압박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폐단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 수사를 하고 있거나 이를 감독·보조하는 자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다. 위반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여론몰이식 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은 훈령 등을 통해 피의사실공표죄를 무력화시켜 온 게 사실이다. 법을 엄정하게 적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시기와 방식이 잘못됐다. 법무부와 여당은 형사사건의 수사 내용을 원칙적으로 언론 등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을 없애겠다고 한다. 공소제기 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평상시라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관련 제도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꺼림칙하다. 가족이나 친척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훈령을 고치겠다는 것도 감찰권으로 검찰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박근혜·이명박정부 측 인사에 대한 ‘적폐 수사’ 과정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활용해 상대를 공격하더니 이제 와서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건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 공청회와 학계·언론계 등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피의자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조 장관과 여권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피의사실 공표 관련 훈령을 개정하려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된 후에 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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