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국제 공급망 교란과 수요 위축으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는 세계 경제에 고유가 충격이 가세했다. 무인기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설비가 회복되기까지 최장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탈황 설비와 쿠라이스 유전이 공격을 받은 직후 며칠 내로 생산량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복구에 몇 주 혹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설비가 훼손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700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값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은 원가부담에 생산을 축소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수요 측면에서는 수입품·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최종 구매하는 재화 가격도 덩달아 올라 가계 소비 위축 현상을 몰고 올 수 있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5%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이미 미·중 무역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도 겹쳤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이 와중에 고유가 충격까지 받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시행은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처럼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인력과 자금에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마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인천시 남동공단을 방문한 뒤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속도 조절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중기 사장들은 “주52시간제를 예정대로 강행하면 공장 문 닫고 시위에 나서겠다”고까지 한다. 정부가 도입 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여·야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 입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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