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직원들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휴대물품을 검역하고 있다. 인천공항=김지훈 기자

국내에서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축산 질병이 급증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 2000년부터 구제역, 2003년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에 시달려왔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매년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땅에 묻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병해 농가의 시름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국내에서 첫 발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호흡 곤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돼지 간 감염속도가 매우 빠르고 폐사율이 100%에 달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지만, 2016년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규모 피해를 낳는 축산 질병이 등장한 건 2000년이다.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23일간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 등 발굽 2개인 동물이 걸린다. 치사율은 5∼55% 수준이다. 구제역은 거의 매년 등장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월에 4일간 나타났었다. 구제역이 대유행한 2010년의 경우 6691개 농가에서 살처분을 했고, 2조8695억원의 정부 재정을 투입했다.


조류인플루엔자도 비슷한 2003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매년 찾아온다. 2017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121일간 발생하기도 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야생 조류에 생기는 전염병이다. 2016~2017년 극심하게 발생했을 당시 1133개 농가에서 살처분을 했었다. 이를 수습하는데 3621억원의 나랏돈이 쓰였다. 한국이 동남아시아처럼 조류인플루엔자 ‘상시 발생국’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환경단체는 축산 질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을 지목한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밀집해 사육하다 보니 사육환경이 나쁘고, 감염병에 취약하다. 잦은 항생제 사용도 문제를 키운다. 이 때문에 밀집 사육시설을 방목 등의 친환경 사육시설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는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 때 ‘사랑할까, 먹을까’라는 책을 읽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꼬집은 책이다.

정부는 일단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축산 질병이 발생하면 강력한 초기 대응으로 확산을 차단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 상황실을 즉시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양돈농가 등 축산시설 일제 소독, 도축 출하 전 임상검사, 의심축 발생 시 신고 요령 홍보 등을 조속히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