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특허 논란을 둘러싸고 LG화학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17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을 계기로 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바로 전날 양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극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오히려 원만한 타협은 요원해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으로 인한 기회 손실이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LG화학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벌어진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검찰과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을 타깃으로 채용하면서 계획적으로 영업 비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도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30일 LG화학·LG전자에 대해 특허 침해를 이유로 ITC에 제소했다. 양사가 소송전을 치르면서 소모되는 비용만 각각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제기하는 인력 채용으로 인한 기술유출을 재차 부인하면서 소송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소위 ‘묻지마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사업 수주, 시장 대응 등 기회손실이 막심할 뿐 아니라 인적으로, 경제적으로 고통이 매우 크다”며 “아직 수익도 내지 못하는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는커녕 막대한 손실부터 만들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밝혔다.

또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투입하는 것이 각 사의 경쟁력 관점에서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에선 “소송이 양측 모두 소모적인 일이지만 앞으로 엄청난 규모로 커질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영업비밀, 특허 등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과 달리 과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협업해 성과를 냈던 사례도 있다. 2007년 LG화학은 핀란드 휴대전화 단말업체 A사에 소형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LiBS) 개발인력과 협업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의 분쟁 관계가 아닌 당시의 협력 관계로 돌아가 시너지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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