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채소 가공 공장에서 ‘품질 기준’에 미달한 당근들이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다. 저렇게 버려지는 당근들도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요소 중 하나다.글항아리사이언스 제공

저자는 2001년 기후나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요. 우리가 실천해야 할 목록이 있을까요.” 돌아온 답변은 허망했다. 그런 목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12년이 흘러 2013년이 됐는데, 흉흉한 소문은 그때까지도 계속 들려왔다.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는 거였다.

저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분노와 체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이고 실효성을 띤 지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22개국 70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드로다운’을 가동했다. 기후변화를 막을 100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서 드로다운(drawdown)은 온실가스가 최고조로 달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기후변화의 실태를 전하면서 위험성을 을러대는 책이야 세상에 널렸지만 이렇듯 포괄적인 행동 매뉴얼을 기록한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책은 에너지 식량 건축 도시 토지이용 교통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 저감에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각 매뉴얼을 실천했을 때 어느 정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비용은 얼마나 들며, 그 밖에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도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인류가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거나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각각 70.53Gt(기가톤), 66.11Gt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1Gt은 40만개에 달하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양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독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일러준다는 점이다. 이 분야를 다루는 공무원이나 전문가에게도 요긴한 참고서가 될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진보의 의제도, 보수의 의제도” 아니라고,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의제”라고 말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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