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반
눈썹은 민둥산이요,
입술은 아직 팥죽인데
출근길에 못 올라 빨리빨리
우리 아이 이 안 닦는다, 침대 위 벌러덩.

“엄마 늦었어. 유치원 가야지.”
못 들은 척 로봇 1단 변신

“엄마랑 같이 이 닦자.”
못 들은 척 로봇 2단 변신

시계는 째깍째깍
기다란 막대기 찾는데 없어
집어 온 게 나무주걱

놀부 부인처럼 나무주걱 집어 들고
화난 얼굴로 침실 가니
눈치 빠른 이 녀석
눈물 백 발 장전하고 손바닥 등 뒤에 숨기며
“엄마 미안해요.”
전쟁 시작 전 백기 든다.

고맙다,
나무주걱이 나무주걱으로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워킹맘 사무실에서 울지 않게 해 줘서.

국어생활연구원에서 엮은 ‘나에게 시가 왔습니다’ 중

평생 시를 써본 적 없던 공무원들이 모여 시를 썼고, 그렇게 모인 시를 엮어 출간한 게 이 책이다. 국어생활연구원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삶과 글’ 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무려 1300여명. 시집에는 이들이 써낸 작품 가운데 223편이 실려 있다. 저 시의 ‘작가’는 이금선씨다. 워킹맘 독자라면 시인의 작품에 공감하면서 눈가가 알싸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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